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5000원권 지폐 속 율곡 이이와 5만원권 신사임당의 초상을 그린 한국화가 일랑(一浪) 이종상 화백이 지난 8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88세였다.
이종상 화백은 1938년 충남 예산에서 태어나 대전고 시절부터 미술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서울대에서 동양화를 전공하며 본격적으로 한국화가로서의 경력을 쌓아갔다.
그의 작품 세계는 1961년 제10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에서 대장간을 그린 '장(匠)'으로 특선을 받으며 화려하게 열렸다. 당시 최연소 국전 추천 작가로 선정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종상 원로 화가 / 유족 제공
이 화백은 전통 회화와 고구려 고분벽화를 깊이 있게 연구하며 한국화의 현대적 표현 방식을 모색했다. 1975년 미국 텍사스에서 첫 해외 초대 개인전을 열며 국내외 무대에서 왕성한 활동을 이어갔다.
1997년에는 프랑스 외무성의 초청으로 루브르 박물관 카루젤 샤를 5세 홀 성벽에 길이 71.3m에 달하는 대형 벽화를 완성했다. 이 작품은 현지에서 호평을 받았으며, 영구 설치 요청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표준영정 작가로서의 업적도 두드러진다. 이 화백은 생애 동안 11점의 국가표준영정을 제작했다. 율곡 이이 영정을 그린 데 이어, 2008년 5만원권 화폐에 들어간 신사임당 영정도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교육자로서도 많은 족적을 남겼다. 서울대 미대 교수와 서울대 미술관장을 역임하며 후배 작가들을 길러냈다. 1977년부터는 독도를 주제로 한 작품을 지속적으로 발표했으며, '독도문화심기운동' 본부장으로 활동하며 독도 관련 문화 사업에도 적극 참여했다.
예술경영지원센터 원로작가 디지털 아카이브는 이 화백을 한국미술의 자생성을 평생의 화두로 삼고 한국 미술의 정체성과 한국화의 현대화를 탐구한 작가로 기록하고 있다.
뉴스1
빈소는 서울 성북구 고려대 안암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은 11일 오전으로 예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