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미국에서 K2·K3·K6·K7·K8 등 'K시리즈' 상표 5개를 한꺼번에 다시 출원했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사용 중인 차명은 물론 아직 양산차에 한 번도 쓰이지 않은 'K6'까지 포함됐다.
미국에 K시리즈 신차 5종을 투입하려는 신호라기보다는 향후 라인업 변화에 대비해 사용할 수 있는 '이름의 선택권'을 계속 확보하려는 움직임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 자동차업계와 미국 특허상표청(USPTO) 등에 따르면 기아는 지난 2일(현지시간) K2와 K3, K6, K7, K8 등 5개 상표를 미국에서 새로 출원했다. 5건 모두 같은 날 접수됐다.
K4 / 기아
기아가 미국에서 기존 K2·K3·K8 상표를 등록한 시점은 2020년 9월 1일이다. K6와 K7은 같은 달 29일 등록됐다. 등록 후 약 6년 만에 다시 같은 이름을 출원한 셈이다.
K3와 K8은 현재 기아가 글로벌 시장에서 실제 차량에 사용하고 있고, K2와 K7 역시 해외 시장에서 차명으로 쓰인 전력이 있다. 반면 K6는 기아가 상표권을 확보해왔지만 실제 양산차에는 한 번도 붙이지 않은 이름이다.
미국에서는 등록 상표를 유지하려면 등록 후 5~6년 사이 실제 상거래에서 해당 상표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 등을 입증해야 한다. 미국에서 실제 차량에 쓰이지 않는 K2·K3·K6·K7·K8의 경우 기존 등록을 유지하는 것과 별개로 신규 출원을 통해 향후 활용 가능성을 다시 열어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출원에서 K4와 K5가 빠진 것도 이런 해석에 힘을 싣는다. 두 차종은 현재 미국에서 실제 판매되고 있다. 기존 상표의 유지 절차 시점도 K4와 K9은 2027년 2월, K5는 같은 해 7월로 이번에 출원된 5개 명칭보다 늦다.
단순한 상표 관리 이상의 의미도 있다. 기아는 미국에서 지역별 독자 차명을 줄이고 글로벌 K시리즈 네이밍을 확대해왔다. 과거 '옵티마'는 세대교체와 함께 K5로 이름을 바꿨고, '포르테'의 후속 모델에는 K4라는 이름을 적용했다.
K8 / 기아
이런 흐름에서 보면 K2·K3·K6·K7·K8을 다시 출원한 것은 당장 해당 차를 미국에 출시하겠다는 의미라기보다 향후 세단 라인업 개편에 대비해 숫자형 차명 체계의 빈자리를 계속 확보해두려는 포석으로 볼 수 있다.
상표 출원만으로 K6 신차 등장이나 K2·K3·K7·K8의 미국 출시를 예단하기는 어렵다. 자동차 업체들이 향후 제품 전략에 대비하거나 경쟁사의 사용을 막기 위해 실제 출시 계획이 없는 차명까지 미리 확보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다만 실제 차량에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K6까지 다시 출원했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당장 쓸 이름뿐 아니라 K시리즈의 ‘빈 숫자’까지 남겨두면서 미래 라인업을 위한 브랜드 자산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