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티아가 미국 하이마스에 이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천무까지 도입하며 장거리 정밀타격 전력을 이원화한다. 미국산 체계를 이미 선택한 나토 회원국이 한국산 무기를 추가해 화력망과 공급망을 다변화한다는 점에서 천무의 달라진 유럽 내 위상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7일 유럽 방산 전문매체 디펜스 인더스트리 유럽과 크로아티아 국방부에 따르면, 크로아티아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다연장로켓체계(MLRS) 천무 K239 18문을 도입하기로 했다. 크로아티아 국방부는 지난 4일 천무 18문과 유도탄, 관련 장비를 포함한 도입 계획을 공식 승인했으며, 사업 규모는 부가가치세를 제외하고 4억3520만유로다.
이반 아누시치 크로아티아 국방장관은 최근 현지 공영방송 HRT와 인터뷰에서 "천무는 크로아티아군의 장거리 화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고 역내 힘의 균형을 맞춰준다"고 평가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천무(K-239).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그는 천무 도입으로 크로아티아군이 300㎞를 넘는 타격 능력을 확보할 수 있으며, 운용 탄종에 따라 최대 사거리를 500㎞까지 확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실제 도입할 탄종과 수량은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크로아티아는 천무 도입에 앞서 이미 하이마스 확보를 추진해왔다. 미국 국무부는 2024년 8월 크로아티아에 하이마스 8문과 M30A2·M31A2 유도다연장로켓(GMLRS) 포드 등을 포함한 패키지를 최대 3억9000만달러 규모로 판매하는 방안을 승인했다. 당시 승인 품목에는 300㎞급 장거리 탄도미사일인 ATACMS가 포함되지 않았다.
하이마스와 천무를 함께 운용하면 크로아티아군은 서로 다른 사거리와 탄종을 활용할 수 있는 다층 정밀타격 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단순히 발사대 숫자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화력 운용의 선택지를 넓히는 구조다.
아누시치 장관은 "하이마스와 천무는 운용 측면에서 호환되면서도 서로 다른 능력을 제공한다"며 "특정 제조사의 정비 체계나 부품 공급망에 문제가 생겼을 때 다른 체계를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는 무기 성능뿐 아니라 유도탄과 부품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지가 전투 지속 능력의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유럽 각국이 복수 공급망 확보를 중시하는 이유다.
하이마스 / 록히드 마틴
크로아티아는 천무 도입으로 노후화된 SVLR 불칸과 BM-21 그라드 계열을 대체하고, 기존 포병보다 훨씬 먼 거리의 표적에 정밀·집중 화력을 투사할 수 있게 된다. 크로아티아 국방부는 비교적 짧은 납기와 높은 공급 접근성, 가격 경쟁력, 산업 협력 가능성을 천무의 장점으로 꼽았다.
계약 구조는 유럽 현지화 전략을 반영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천무 발사대와 유도탄을 공급하고, 폴란드 방산업체 WB일렉트로닉스가 지휘통제체계의 공급·설치·통합을 맡는다. 전체 패키지는 24~36개월 내 인도될 예정이다.
천무의 모듈형 발사체계도 경쟁력으로 작용한다. 하나의 발사대에 두 개의 로켓 모듈을 탑재할 수 있고 서로 다른 탄종을 동시에 장착할 수 있어 임무에 따라 화력 구성을 달리할 수 있다. 크로아티아 국방부는 이 같은 모듈형 구조를 천무의 주요 특징으로 소개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크로아티아 측은 오는 8일 관련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이 최종 체결되면 크로아티아는 폴란드, 에스토니아, 노르웨이에 이어 유럽에서 네 번째 천무 도입국이 된다.
K9 자주포로 유럽 포병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혀온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천무를 앞세워 장거리 정밀화력 영역에서도 고객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미국산 하이마스를 선택한 크로아티아가 천무까지 추가 도입한 것은 향후 나토 회원국들의 화력체계·공급망 다변화 과정에서 의미 있는 수출 레퍼런스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