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김남희는 지난 2003년부터 23년간 세계 곳곳을 걸으며 일상을 기록해왔다. 그는 속도와 효율을 중시하는 현대 사회 속에서 걷기와 글쓰기만으로 자신만의 삶을 구축한 인물이다.
그의 여행에는 언제나 수첩과 펜이 동행했다. 기록의 대상은 무척 다양하다. 그날 먹은 음식, 하루 동안 쓴 돈 같은 일상의 소소한 기록부터 시작된다.
얼굴조차 떠올리기 힘들지만 한때 의지했던 사람들의 흔적도 남아 있다. 그 사이에서 느꼈던 크고 작은 감정의 변화까지 빠짐없이 담겼다. 수십 권의 일기장에 온전히 보존된 이 글들은 오랜 시간을 지나 마침내 한 권의 책으로 묶였다.
사진 제공 = 수오서재
책을 펼치면 문장 곳곳에서 고양이들과 마주하게 된다. 다마스쿠스의 시장 골목길, 그리스의 낡은 항구, 알바니아의 울창한 숲속에서 포착된 고양이들이다.
자동차 위에도, 쓰레기통 주변에도 고양이는 어김없이 등장한다. 책에 실린 모든 사진은 작가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직접 카메라에 담은 것들이다.
어느 길 위에서건 여유롭게 몸을 말고 있는 고양이들의 생명력은 경이롭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삶의 따뜻한 풍경을 작가는 20년이 넘도록 꾸준히 기록해왔다.
자신의 속도로 삶을 걸어가는 작가의 태도와 한낮에 낮잠을 즐기는 고양이의 모습이 서로 닮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둘은 서로를 비추며 공명한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었던 24년간의 기록이다. 자신을 향해 쓴 글과 고양이를 향한 따스한 시선이 한 권에 담긴 이 책은 치열한 경쟁으로 지쳐가는 현대인들에게 위로를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