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D 자사주 소각 후 지분율 10.76%...실적 기여 이어질 듯
필요한 투자재원과 매입 조건 맞춰 매각...9.1조원 상당 지분 남겨
삼성SDI가 삼성디스플레이 지분 약 5%를 매각해 4조4500억원을 확보하면서도 잔여 지분에 대한 지분법 적용을 이어갈 전망이다. 당장 필요한 투자재원은 마련하면서 삼성디스플레이의 실적을 지분율만큼 반영할 수 있는 회계상 연결고리는 남긴 셈이다.
취재 결과, 외부 전문가 의견과 관련 회계 기준을 검토했을 때 지분율 하락 이후에도 잔여 지분에 대한 지분법이익 인식은 가능할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SDI 기흥 본사 / 사진제공=삼성SDI
4.45조 현금화하고 10.76%는 남겼다
삼성SDI는 보유하고 있던 삼성디스플레이 주식 3985만6654주 가운데 1308만8235주를 삼성디스플레이에 넘겼다. 삼성디스플레이 전체 발행주식의 약 5%, 삼성SDI 보유 물량의 약 3분의 1이다.
매각가격은 주당 34만원으로 총 4조4499억9990만원이다. 거래 후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디스플레이 주식은 2676만8419주로 줄었다.
거래 직후 장부상 지분율은 종전 15.22%에서 10.22%로 낮아진다. 다만 삼성디스플레이가 취득한 주식은 자기주식이어서 의결권과 배당권이 없다. 해당 자기주식이 전량 소각되면 전체 발행주식 수가 줄어 삼성SDI의 지분율은 약 10.76%로 다시 높아진다.
남은 주식을 이번 거래가격인 주당 34만원으로 단순 환산하면 약 9조1013억원이다. 삼성SDI는 4조4500억원을 현금화하면서도 9조원대 자산을 남겨둔 것이다.
10% 넘었다고 자동 적용은 아니다
삼성SDI가 지분을 10% 이상 남겼다는 사실만으로 지분법 적용이 자동으로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지분법 적용 여부를 판단하는 핵심은 피투자회사에 대한 '유의적 영향력'이다. 회계 기준상 의결권 20% 미만을 보유하더라도 이사회 참여나 주요 경영정책 결정 관여 등 유의적 영향력을 입증하면 관계기업으로 분류해 지분법을 적용할 수 있다.
삼성SDI도 기존 지분율이 15.22%로 20%를 밑돌았지만 삼성디스플레이를 관계기업으로 분류하고 지분법을 적용해 왔다.
이에 따라 삼성SDI는 앞으로도 삼성디스플레이가 순이익을 내면 보유 지분율에 해당하는 몫을 지분법이익으로 반영할 수 있다. 다만 지분율 자체가 낮아지는 만큼 삼성디스플레이 실적에서 가져오는 이익 규모는 종전보다 줄어든다.
'지분법 유지선'보다 필요한 자금이 먼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인사이트
이번 매각 물량이 지분법 적용을 위해 10%선을 남기도록 역산한 결과라고 보기는 어렵다.
매각 물량은 현재 필요한 투자재원 규모와 삼성디스플레이가 매입 의사를 밝힌 수량·가격 등 거래 조건을 함께 고려해 정해진 것으로 파악됐다. '지분법 유지선'을 먼저 정하고 매각 규모를 맞췄다기보다 필요한 현금과 삼성디스플레이가 제시한 조건이 맞아떨어진 결과에 가깝다.
삼성SDI는 올해 2분기 2038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7개 분기 만에 흑자로 전환했다. 그러나 상반기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약 2002억원으로 설비투자 등 현금 유출액 1조928억원의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6월 말 총차입금은 12조1109억원, 현금성자산은 1조5055억원이었다.
전기차 수요 둔화로 현금창출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북미 생산거점과 에너지저장장치, 전고체 배터리 등에는 투자를 이어가야 한다. 제너럴모터스가 보유했던 미국 인디애나주 배터리 생산법인 시너지셀즈 지분을 인수한 뒤 후속 시설투자 부담도 남아 있다.
이번에 확보한 4조4500억원은 영업활동만으로 충당하기 어려운 중장기 투자비용을 메우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현금·이익·추가 유동화 여지 모두 확보
잔여 지분은 현금화되지 않은 자산에 그치지 않는다. 지분법 적용이 유지되면 삼성디스플레이의 이익 일부가 삼성SDI 실적에 계속 반영된다. 삼성디스플레이가 배당을 실시할 경우 현금 유입도 기대할 수 있다.
삼성SDI는 2024년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1조124억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2025년에는 배당이 없었지만 삼성디스플레이 지분은 삼성SDI의 배터리 사업 부진을 보완해 온 핵심 자산이었다.
필요할 경우 남은 지분 일부를 다시 매각해 추가 투자재원을 마련할 여지도 있다. 다만 삼성SDI가 잔여 지분의 추가 매각을 결정했거나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결국 이번 거래는 삼성디스플레이 지분을 정리한 것이 아니라 현재 필요한 만큼만 현금으로 바꾼 자본배분에 가깝다. 삼성SDI는 4조4500억원의 투자재원을 확보하면서 지분법이익과 배당 가능성, 9조원대 추가 유동화 자산을 함께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