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 신장질환 환자가 유전자 편집 돼지 신장을 이식받아 271일간 투석 없이 생활한 뒤 사람 신장 이식에 성공, 이종이식에서 사람 신장 이식으로 전환한 첫 사례가 보고됐다.
4일 미국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브리검(MGB)의 리어나도 리엘라 박사 연구팀은 의학 저널 랜싯(The Lancet)을 통해 팀 앤드루스(66) 씨가 돼지 신장 이종이식 후 사람 신장 이식으로 성공적으로 전환한 첫 환자라고 발표했다.
앤드루스 씨는 2025년 1월 돼지 신장을 이식받아 9개월 가까이 생활한 뒤, 지난 1월 사람 신장을 이식받았다.
The Lancet, Leonardo Riella et al
연구팀에 따르면 앤드루스 씨는 사람 신장 이식 후 231일간 추적 관찰 결과, 면역계가 이식 장기를 공격할 위험을 높이는 '감작' 현상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돼지 신장 이종이식이 사람 신장 기증자를 기다리는 환자들에게 장기간 신장 기능을 유지시켜주는 중간 단계 치료법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장기 이식 분야에서 가장 큰 문제는 기증 장기 부족이다. 현재 신장 이종이식은 이러한 사람 신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연구되고 있다.
급성 거부반응을 막기 위해 유전자를 편집한 돼지 신장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앤드루스 씨에게 지난해 1월 25일 유전자 편집 돼지 신장을 이식했다. 이식된 돼지 신장은 주요 당사슬 이종항원을 제거하고 돼지 내인성 레트로바이러스를 비활성화했으며, 사람 유전자 7개를 삽입하는 유전자 편집 과정을 거쳤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앤드루스 씨는 당시 말기 신장질환을 앓고 있었고, 사망한 기증자의 신장을 받기까지 대기 기간이 길었으며 적합한 생체 기증자도 없는 상태였다.
이식 후 돼지 신장은 즉시 기능을 시작했다. 연구팀은 신장 기능과 거부반응, 항체, 돼지 유래 미생물 등을 지속적으로 관찰했다.
이식 14일째 T세포 매개 거부 반응이 확인됐지만 치료를 통해 해소됐고, 앤드루스 씨는 271일 동안 투석을 받지 않고 지낼 수 있었다.
그러나 이식 약 6개월 후 세균 감염이 발생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연구팀은 감염 치료를 위해 면역억제 치료를 줄였고, 이후 돼지 신장에서 미세혈관 염증이 발생했다.
미세혈관 염증은 혈전성 미세혈관병증으로 진행했고, 결국 이식한 돼지 신장의 기능이 상실돼 제거할 수밖에 없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돼지 신장을 제거한 지 82일 뒤 앤드루스 씨는 사망한 기증자로부터 사람 신장을 이식받았다.
새 신장은 이식 직후부터 정상적으로 기능했다. 이후 231일간 추적관찰에서도 사람 신장에 대한 면역계의 공격 가능성을 높이는 감작의 증거는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번 사례가 살아 있는 사람에게 돼지 신장을 이종 이식한 뒤 투석 없이 생존한 기간으로는 가장 길고, 이종이식에서 사람 신장이식으로 전환한 첫 사례라고 강조했다.
돼지 신장이 사람 신장 기증자를 기다리는 환자에게 장기간 신장 기능을 제공하는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다.
다만 연구팀은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제시했다. 이식된 돼지 신장이 얼마나 오래 기능할 수 있는지, 돼지에서 사람으로 감염이 전파될 위험은 없는지, 돼지 신장에 대한 면역반응이 이후 사람 신장이식에 영향을 줄 정도의 감작을 일으키는지 등이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연구팀은 특히 미세혈관 손상이 혈전성 미세혈관병증으로 진행하며 돼지 신장 이식편 기능 상실로 이어진 만큼, 앞으로 면역억제 전략과 돼지의 유전자 편집, 환자 상태를 감시하는 방법 등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리엘라 박사는 "유전자 편집 돼지 신장을 이용한 이종이식을 우선 사람 신장을 기다리는 환자가 투석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하는 가교 치료로 활용하고, 장기적으로 안전성과 지속성이 확인되면 독립적인 치료법으로 활용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