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K9 자주포에 첨단 드론을 연계하는 새로운 운용개념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 공략을 강화한다. 궤도형 자주포를 넘어 차륜형과 드론 연계형으로 K9 플랫폼을 확장하고, 미국과 유럽의 포병 전력 현대화 수요를 본격적으로 겨냥하는 모습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일(현지시간) 에스토니아에서 열린 제5회 'K9 유저클럽'에서 수직이착륙(VTOL) 방식의 '화력유도 드론'과 K9 자주포를 연계한 복합 운용개념을 선보였다.
K9 유저클럽은 전 세계 K9 운용국들이 모여 운용·정비 경험과 향후 발전 방향을 공유하는 자리다. 이번 행사에는 한국과 폴란드, 루마니아, 핀란드, 호주 등 7개 운용국과 스페인, 스웨덴 등 참관국 관계자를 포함해 역대 최대 규모인 200여 명이 참석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새로운 운용개념의 핵심은 드론과 K9의 실시간 연계다. 공중에 투입된 화력유도 드론이 표적을 탐지·추적해 좌표를 생성하면 K9이 즉각 사격하고, 이후 드론이 탄착 관측과 피해 평가까지 수행한다.
표적 탐지부터 실제 타격까지 걸리는 이른바 '센서 투 슈터(Sensor-to-Shooter)' 시간을 단축해 이동표적이나 긴급표적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는 방식이다.
군수지원 체계도 디지털화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700~800종에 달하는 주요 수요 부품을 디지털 카탈로그화해 필요한 부품을 신속하게 공급하는 디지털 군수지원 체계(TSP)를 추진하고 있다.
폴란드에 구축하는 부품창고와 TSP를 연계해 유럽 K9 운용국의 부품 납기를 단축하고 가동률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장기적으로는 인공지능(AI)과 데이터를 활용해 부품 소모와 정비·운용 현황을 분석하고 필요한 부품을 미리 예측해 공급하는 '예측형 군수지원' 체계까지 구축할 계획이다.
K9의 확장은 궤도형 자주포에만 머물지 않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완전 자동화 포탑을 차륜형 플랫폼에 결합한 K9MH를 앞세워 미국 시장도 공략하고 있다. 지난달 자회사 한화디펜스USA는 미 육군과 K9MH 시제품 6문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추가 발주 옵션 12문을 포함한 계약 규모는 최대 2억6290만달러(약 3568억원)다.
계약에 앞서 진행된 성능 평가에서는 1분 안에 9발을 자동으로 발사하는 고속 사격 능력도 선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를 바탕으로 K9을 궤도형에서 차륜형, 드론 연계형으로 확장하며 각국의 작전 환경과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발전시킨다는 전략이다.
유럽에서도 판매 영토를 넓히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스페인 방산업체 인드라시스템즈와 K9 공급 실행계약을 체결했다. 사업 규모는 약 1조원으로 추산된다. 방산 강국이 몰려 있어 진입 장벽이 높았던 서유럽 본토까지 판매 지역을 확대하면서 K9 도입국도 11개국으로 늘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중동과 동유럽을 중심으로 구축한 기존 수출 기반을 유지하면서 포병 전력 노후화로 현대화 수요가 커지고 있는 서유럽 시장을 집중 공략할 방침이다.
K9 자주포 /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K방산이 주목하는 시장은 유럽과 중동"이라며 "특히 포병 전력이 노후화된 국가에서 K9에 관한 정보제공요청서(RFI)가 나오면 적극적으로 사업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K9을 통해 구축한 운용국 네트워크는 다연장로켓 '천무'로도 확장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행사 기간 천무 운용국 관계자 40여 명이 참석한 '천무 유저 워크숍'을 열었다. 내년에는 한국에서 첫 공식 '천무 유저클럽'도 개최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K9과 천무를 함께 공급하는 '패키지 수출'을 확대하기 위한 기반으로 보고 있다. 단일 무기 판매를 넘어 포병체계와 군수지원, 운용 네트워크까지 묶어 고객국과의 장기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하려는 전략이다.
배진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지·보수·정비(MRO) 사업부장은 "앞으로 운용국들과 더욱 긴밀히 협력해 상호운용성을 강화하고 디지털·AI 기반 군수지원 혁신을 통해 전 수명주기에 걸쳐 K9의 운용 효율성과 신뢰성을 높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