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가 글로벌 판매 조직 재편을 단행하면서 한국법인 대표에게 아시아·중동 지역까지 총괄하는 권한을 부여했다. 지난해 국내에서 1만대 이상을 판매한 데 이어 한국법인 수장의 역할까지 확대되면서 포르쉐 내 한국 시장의 위상에도 관심이 쏠린다.
4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포르쉐는 기존 5개였던 글로벌 판매 권역을 4개로 축소하는 조직 개편을 진행한다. 새로운 조직은 10월 1일부터 운영된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마티아스 부세 포르쉐코리아 대표의 역할 변화다. 부세 대표는 포르쉐코리아 대표직을 계속 맡으면서 동시에 해외 지역 총괄(Regional Lead Overseas)을 겸임한다. 한국과 아시아, 중동의 주요 성장시장을 함께 관리하는 책임자가 된 것이다.
마티아스 부세 포르쉐코리아 대표 / 포르쉐코리아
포르쉐는 조직 개편을 통해 각 시장의 권한과 책임을 강화하고 본사와 지역 간 의사결정 속도를 빠르게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권역별 변화도 눈에 띈다. 독일 시장은 별도 권역에서 유럽으로 편입됐다. 북미·중미·남미는 하나의 '아메리카' 권역으로 통합한다. 중국은 기존과 마찬가지로 별도 판매 권역을 유지한다.
포르쉐는 유럽과 해외·신흥시장을 관리하던 일부 본사 중앙 조직도 폐지한다. 본사 중심의 일괄 관리에서 벗어나 실제 판매가 일어나는 지역에 더 많은 권한을 이양하겠다는 전략이다.
한국법인 대표에게 더 넓은 지역을 맡긴 배경에는 한국 시장의 성장이 자리 잡고 있다.
포르쉐코리아는 지난해 국내에서 1만746대를 판매했다. 전년 대비 약 30% 늘어난 수치로, 법인 설립 이후 두 번째로 연간 판매 1만대를 돌파했다.
포르쉐 스튜디오 청담 / 포르쉐코리아
판매 구조도 변화했다. 지난해 국내 판매 중 순수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를 포함한 전동화 모델은 6630대로 전체의 62%를 기록했다. 순수전기차만 따져도 판매 비중이 34%에 이르렀다.
고가 스포츠카 브랜드가 한국에서 연간 1만대 이상 팔리고 전동화 모델 비중도 빠르게 상승하면서, 한국은 포르쉐에게 새로운 제품과 판매 전략을 실험할 수 있는 시장으로 부상했다.
부세 대표는 25년 이상 자동차 업계 경력을 쌓았으며 포르쉐 타이완과 포르쉐 리테일 함부르크 대표를 거쳐 2024년 10월 포르쉐코리아 대표로 부임했다. 2024년 10월 한국법인 대표로 부임한 뒤 첫 연간 실적인 지난해 국내 판매는 전년보다 약 30% 증가했다.
다만, 올해 국내 시장 상황은 다른 양상이다.
포르쉐는 올해 상반기 국내에서 4322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 대비 약 25% 줄었다. 7월에는 635대, 8월에는 739대가 신규 등록됐다. 1~8월 누적 판매는 5696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7542대보다 약 24% 감소했다.
포르쉐 스튜디오 청담 / 포르쉐코리아
글로벌 시장에서도 포르쉐는 판매 확대보다 수익성과 브랜드 가치를 중시하는 '가치 중심' 전략을 강화하는 중이다.
올해 상반기 글로벌 인도량은 12만2306대로 전년 동기보다 16% 감소했다. 포르쉐는 판매량이 줄었음에도 수익성 안정과 현금흐름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이번 판매조직 재편도 이러한 구조조정의 일환이다. 본사 조직 규모를 줄이는 대신 주요 시장에 권한을 확대해 현지 상황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포르쉐코리아 대표가 한국을 넘어 아시아·중동 주요 성장시장까지 담당하게 되면서 부세 대표의 역할도 한층 넓어졌다.
지난해 1만대 이상 판매된 한국 시장을 이끌어온 경험을 바탕으로 서로 다른 소비 특성을 가진 아시아·중동 시장에서 어떤 전략을 펼칠지도 관심사다.
특히 올해 국내 판매가 조정을 받고 있는 가운데 부세 대표가 한국 시장의 성장세를 다시 끌어올리는 동시에 광역 시장까지 성공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지가 이번 조직 개편의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