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9월 05일(토)

침대는 없었지만 '꿈속'을 걸었습니다... 시몬스가 성수에 펼쳐놓은 '잠'

시몬스가 침대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잠'과 잠에서 깬 뒤 찾아오는 '영감'을 이머시브 아트로 풀어냈다. 무용과 음악, 미디어아트, 미식 등을 하나의 흐름으로 엮어 관객이 잠에 들고 꿈을 꾸다 다시 깨어나는 과정을 직접 경험하도록 했다.


시몬스는 세계적인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 2026'을 맞아 3일부터 5일까지 서울 성동구 시몬스 갤러리 성수에서 이머시브 아트 퍼포먼스 'The breath before inspiration'을 선보인다. 최상위 컬렉션 '뷰티레스트 블랙'을 '숙면한 다음 날 새로운 영감이 태어나는 창조의 캔버스'로 재해석한 프로젝트다.


3일 오후 직접 찾은 행사장은 시작부터 일반적인 공연과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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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 안쪽은 한 치 앞을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캄캄했다. 좁은 통로를 따라 안으로 들어서자 낮은 조명 아래 공연 공간이 나타났다. 무대와 객석은 따로 나뉘어 있지 않았다. 관객이 서 있는 곳 사이로 무용수들이 오갔고 바로 옆을 스쳐 지나기도 했다.


관객도 한곳에 머물지 않았다. 몸을 돌려 무용수의 움직임을 따라가거나 다른 장면을 보기 위해 자리를 옮겼다. 공연자와 관객이 같은 공간에 섞이면서 어느 쪽이 무대인지 따로 구분하기 어려웠다.


어두운 조명과 낮게 깔린 음악, 곳곳에서 이어지는 무용수들의 움직임이 겹쳤다. 정해진 자리에서 무대를 바라보기보다 공간을 돌아다니며 장면을 하나씩 마주하다 보니 꿈속을 걷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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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브랜드 시몬스가 마련한 행사였지만, 정작 침대는 전면에 등장하지 않았다.


시몬스가 던진 질문은 '좋은 잠은 사람에게 무엇을 남기는가'였다. 매트리스의 기능이나 구조를 설명하는 대신 깊은 수면 이후 찾아오는 감각과 새로운 생각을 공간과 신체, 음악, 영상, 미식으로 표현했다.


무대·객석 경계 허물고... '잠'을 몸으로 표현


공연은 'Reality→Entrance→Dream→Awakening' 순서로 진행됐다. 현실에서 시작해 잠에 들고 꿈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깨어나는 과정이다.


객석을 없앤 구성도 이 같은 흐름과 맞닿아 있다. 무용수들은 관객과 떨어진 무대 위에 머물지 않고 때로는 사람들 사이에서 움직였다. 관객 역시 공연자의 동선을 따라 시선을 옮기거나 직접 공간을 이동했다.


ChatGPT Image 2026년 9월 3일 오후 09_02_57 (10).png인사이트


공연 중반에는 '고요(Stillness)', '유연(Flexibility)', '회복탄력(Resilience)', '구조(Structure)'라는 네 가지 개념이 각각 다른 움직임으로 표현됐다.


처음에는 서로 독립적으로 반복되던 동작들이 시간이 흐를수록 하나로 모였다. 각기 다른 리듬으로 움직이던 무용수들이 한 공간에서 호흡을 맞추면서 하나의 유기체처럼 보이는 장면도 만들어졌다.


시몬스는 이 네 가지 요소를 뷰티레스트 블랙을 구성하는 개념이자 깊은 숙면을 만드는 조건으로 설정했다. 반복되던 움직임이 점차 연결되는 모습을 통해 수면 중 이어지는 호흡과 신체의 순환을 시각화했다는 설명이다.


공연은 각 장면의 의미를 일일이 설명하지 않았다. 무용수의 몸짓과 조명, 음악을 관객이 그대로 받아들이도록 여지를 뒀다. 앞뒤가 또렷하게 이어지지 않는 장면조차 꿈속에서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듯 공연도 비슷한 방식으로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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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고 꿈꾸고 깨어나는 과정, 이번에는 ‘맛’으로


무용이 끝난 뒤에는 음식이 기다리고 있었다.


공연 뒤 별도로 마련된 식사라기보다 앞선 퍼포먼스의 연장선에 가까웠다. 이날 음식에는 잠들고 꿈을 꾸고 다시 깨어나는 과정이 차례로 담겼다.


음식이 순서대로 나오면서 주변 영상과 공간의 분위기도 함께 달라졌다. 공연이 끝나고 다이닝이 시작됐다기보다 앞선 장면의 다음 순서를 이어 보는 느낌에 가까웠다.


프로그램명은 'Dream: Tasting inspiration'. 4종의 파인다이닝 아뮤즈부슈와 3D 그래픽 영상을 결합했다. 덴마크 코펜하겐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노마' 출신 변종인 셰프가 메뉴를 맡았고, 제스트가 이번 행사를 위한 칵테일 페어링을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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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과 음악으로 시작한 공연은 음식과 향으로까지 이어졌다. 시몬스는 이번 행사를 공간과 퍼포먼스, 미디어아트, 음악, 미식이 결합된 관객 체험형 이머시브 이벤트로 설명했다.


다시 현실로... 잠에서 깬 뒤 남은 '영감'


마지막 장면에서는 분위기가 차분해졌다.


공간을 옮기자 한 소년과 피아노가 나타났다. 앞선 장면과 달리 소년과 주변 무용수들의 의상, 피아노까지 흰색으로 바뀌어 있었다. 소년이 건반을 누르는 순간 공연은 꿈에서 현실로 돌아오는 장면으로 넘어갔다.


이 장면까지 보고 나면 이날 지나온 공간의 의미도 보다 분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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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통로를 지나 현실에서 벗어나고, 무용수들의 움직임을 따라 잠과 꿈을 경험한다. 이어 음식과 영상으로 수면의 흐름을 다시 한번 따라간 뒤 마지막에는 현실로 돌아온다.


시몬스가 이번 프로젝트에서 강조한 것도 숙면 자체보다는 그 이후다. 충분한 휴식이 새로운 생각과 영감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다. 뷰티레스트 블랙을 '새로운 영감이 태어나는 창조의 캔버스'로 표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제품을 직접 내세우지 않은 방식은 시몬스가 그동안 보여온 브랜드 커뮤니케이션과도 연결된다. 시몬스는 앞서 '침대 없는 침대 광고', '침대 없는 팝업스토어' 등을 선보이며 제품 대신 브랜드가 전달하려는 가치와 경험을 콘텐츠로 풀어왔다. 이번에는 그 범위를 공연과 미디어아트, 미식까지 넓혔다. 


이번 행사와 관련해 김민수 시몬스 대표는 "'뷰티레스트 블랙'이 선물하는 숙면은 일상에 영감을 채우고, 그 영감으로 시작된 하루는 하나의 예술로 승화한다"며 "시몬스는 세계적인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의 한가운데서 이와 같은 여정을 '이머시브 아트 퍼포먼스'로 풀어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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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민주 프리즈 아시아 VIP&사업개발 총괄 이사도 이번 프로젝트에 대해 "작품 수준 자체도 높다"고 평가했다.


공연장을 나서자 다시 익숙한 성수동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어두운 통로를 지나 무용수 사이를 걷고, 음식을 맛본 뒤 마지막 피아노 소리를 듣기까지. 일반적인 전시나 공연과는 분명 다른 경험이었다.


침대는 보이지 않았지만 공연이 다룬 것은 결국 침대 위에서 보내는 시간이었다. 시몬스는 이날 '잠'을 보여주는 대신, 잠에서 깨어난 뒤 무엇이 남는지를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