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이 회사의 전자적 감시 시스템으로 인해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감시 기술이 노동자의 정신건강은 물론 노동권 행사까지 위축시키고 있어, 근로기준법을 통한 제도적 규제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6월 1일~7일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전자노동감시와 정신건강'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를 30일 발표했다.
전자노동감시는 사용자가 CCTV, 스마트폰 앱, 모니터링 프로그램, SNS 등의 수단으로 노동자의 위치와 업무, 행동 등을 추적하거나 관리하는 행위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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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2.8%가 전자노동감시 과정에서 '감시당한다는 압박감을 느꼈다'고 답했다. 같은 비율인 42.8%는 '스트레스나 피로감이 증가했다'고 응답했다.
35.1%는 '업무 의욕이나 만족감이 떨어졌다'고 했으며, 31.7%는 '퇴근 후에도 업무나 감시에 대한 걱정이 이어졌다'고 답했다. '불안감이나 우울감을 경험했다'는 응답은 29.4%, '괴롭힘이나 부당한 통제에 이용될까 두려웠다'는 응답은 29.1%였다.
전자노동감시는 직장 내 행동 변화에도 영향을 미쳤다. 응답자의 48.1%는 '동료와의 대화나 의사 표현을 조심하게 됐다'고 답했다.
노동권 행사와 관련해서는 34%가 '회사나 노동조건에 대한 의견 표현'을 자제한 적이 있다고 했다. '노동조합 활동이나 노조 관련 대화를 조심했다'는 응답도 27.2%에 달했다.
제도 개선 방안에 대한 질문에서는 모든 항목이 70% 이상의 찬성률을 기록했다. △정보수집 목적과 범위 사전 설명 의무화 △위법수집 개인정보를 활용한 징계 및 인사 평가 제한 △노조 및 노동자 대표 동의 절차 도입 △전자적 관리 및 모니터링 대체수단요구권과 불이익 처우 금지 등이 법제도로 보장돼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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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갑질119는 "전자노동감시가 직장인의 정신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을 뿐 아니라 대화와 휴식 등 일상적인 직장 생활까지 광범위하게 제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노동조건에 대한 의견 표명과 노동조합 활동이라는 노동자의 핵심 권리 행사에까지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단체는 현행 개인정보보호법만으로는 노동자와 사용자 간 불균형한 권력관계를 반영할 수 없어, 직장이 전자노동감시에 관해 사실상 무법지대가 됐다고 진단했다.
직장갑질119는 "근로기준법을 통해 전자노동감시 문제를 규율해야 한다"며 "최근에는 AI와 알고리즘 등 새로운 기술 도입을 앞세워 노동자 정보를 무차별적으로 수집하고 이를 다시 감시와 통제 수단으로 활용하는 구조가 심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하나 직장갑질119 변호사는 "규칙 없는 감시를 방치한 것은 법의 공백이고 그 공백을 메울 자리는 일터의 기본법인 근로기준법이 돼야 한다"며 "국회가 이번 회기 내에 이를 꼭 처리해야 한다. 근로기준법 개정을 더는 미뤄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