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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정문에 여대생들이 놓은 '장례식 화환'

이화여자대학교 정문에는 '이화의 명복을 빈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문구가 새겨진 20개 남짓의 장례식 화환이 나란히 배치됐다.


이화여대 정문 앞에 세워진 장례식 화환 / 사진제공 = 제보자 A씨

 

[인사이트] 장영훈 기자 = "고(故) 이화여대의 명복을 빕니다", "이대를 이대로 지켜주세요"

 

5일 이화여대 정문에는 '이화의 명복을 빈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문구가 새겨진 20여 개의 장례식 화환이 나란히 설치됐다.

 

이화여대 4학년에 재학 중인 A씨는 학생들 의견 수렴없이 일방적인 '구조조정'에 나선 학교 당국에 항의하고자 이날 정문에 장례식 화환을 세웠다고 인사이트에 제보했다.

 

A씨에 따르면 이화여대는 현재 교육부가 추진 중인 프라임(PRIME·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 산업 지원을 받기 위해 신청해 놓은 상태다.

 

프라임 사업은 산업 수요에 맞춰 학사구조 개편 및 입학 정원을 조정하는 대학에 교육부가 연간 최대 3천억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입학 정원에 최소 50명 이상 조정하는 '창조기반 선도대학'(소형) 유형에 지원한 이화여대는 사업에 선정될 경우 연간 50억씩 지원받게 된다.

 


이화여대 정문 앞에 세워진 장례식 화환 / 사진제공 = 제보자 A씨

 

문제는 학교 측이 프라임 사업 신청에 반대하는 학생들의 의견 수렴없이 일방적으로 사업 계획서를 제출했다는 것이다.

 

A씨는 인사이트와의 통화에서 "학생들의 입장을 들어달라고 부탁했는데 기밀사항이라는 이유로 학교 측이 회피했다"며 "학생들이 모르는 사이에 사업서를 제출하고 나중에 총학생에 일방적으로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학교 측에 대응하는 학생들에게 일부 교직원이 징계를 운운하며 모욕적인 언사를 서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A씨는 일방적인 학교 측의 통보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지난 2일과 3일 이틀 동안 학내 커뮤니티 '이화이언'을 통해 모금을 진행했고 이날 정문에 장례식 화환을 설치했다.

  

A씨는 "대학구조조정은 무의미한 해결책일 뿐"이라며 "학내 구성원 간의 소통없이 이루어져서는 절대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화여대 정문 앞에 세워진 장례식 화환 / 사진제공 = 제보자 A씨

본지 취재결과 이화여대 측은 지난 1일 기획처장 명의로 재학생들에게 '이화의 재학생 여러분에게 알려드립니다'라는 제목의 메일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인사이트가 입수한 메일에 따르면 학교 측은 "소통을 제안하는 학교를 무시하고 업무 방해는 물론 교직원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어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대학 간 경쟁적인 정부사업 지원으로 비밀유지가 중요해 양해를 구해 왔다"며 "악의적인 왜곡과 비인권적 폭력 사태에 대해 더 이상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육부가 추진하는 프라임 사업 신청을 놓고 학생들과 학교 측의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