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 27일(목)

'비핵화' 쏙 빠진 한·미 외교 통화…커지는 '코리아 패싱' 우려

한·미 외교수장이 긴급 유선 협의를 진행한 가운데, 발표문에서 '비핵화' 문구가 제외되면서 불거진 이른바 '한국 패싱' 논란에 대해 외교부가 공식 진화에 나섰다.


박두순 외교부 대변인은 오늘(25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북한 비핵화는 한·미 양국의 일관된 목표이자 입장"이라며 "한·미 양국은 지난해 11월 한-미 정상회담 공동 설명자료에서도 기술되었듯 한반도 평화·안정과 비핵화 목표를 일관되게 견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한·미 양국은 이런 목표 달성을 위해 긴밀한 공조하에 대북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번 한·미 외교장관 통화에서도 관련 논의가 이루어졌다"고 강조했다.


논란의 발단은 조현 외교부 장관과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 간의 심야 유선 협의 결과 발표에서 비롯됐다.


외교부 외교부


외교부는 협의 직후 "두 장관은 굳건한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한반도 평화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한·미 간 긴밀한 소통과 공조를 이어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통상적인 대미 협의 결과문에 포함되던 핵심 단어인 '비핵화'가 빠졌다. 지난달 22일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 결과 발표문에 '비핵화'가 명시됐던 점과도 뚜렷한 대비를 이뤘다.


미 국무부 발표문 역시 기조를 같이했다. 미 국무부는 "두 장관이 한-미 동맹의 여러 현안을 두고 대화했다. 루비오 장관은 한·미가 동맹의 핵심 사안들에 대해 긴밀한 공조를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고만 밝혔을 뿐 '비핵화'는 거론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외교가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해 비핵화 협상 기준을 대폭 낮추고 한국을 협상 국면에서 배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위협 제거를 대가로 핵보유를 묵인하는 '스몰딜' 가능성과 함께, 지난 20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의 대남 비난 담화 등이 겹치며 우려를 키웠다.


전문가들은 북·미 접촉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수위를 조절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명예교수는 "한·미 양국의 목표는 완전한 비핵화로 유지하고 있지만, 이를 앞세우기 어려운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북-미 정상회담 분위기 조성 차원에서 북한을 자극할 표현을 덜어낸 것일 수 있다"고 짚었다.


이번 통화는 북·미 간 물밑 접촉 동향과 미국의 협상 조건을 파악하기 위해 한국 정부의 요청으로 성사됐다. 이병철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정부가 한-미 동맹의 중요성과 우리의 역할을 미국에 강하게 전달하며 북핵 우선 중단과 동결이라는 목표에 접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