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사가 올해 임금협상을 시작한 지 111일 만에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기본급 10만원 인상과 성과금 400%+1270만원 지급 등에 합의하면서 60시간에 걸친 파업도 사실상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다.
오는 31일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잠정합의안이 가결되면 올해 임금협상은 최종 타결된다.
25일 현대차에 따르면 노사는 지난 이틀간 울산공장에서 진행한 제17차 교섭에서 잠정합의에 도달했다.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 본사 / 뉴스1
잠정합의안에는 월 기본급 10만원 인상을 비롯해 성과금 400%+1270만원, 주식 15주, 복지포인트 50만원 지급 등이 담겼다. 여름휴가비도 기존보다 20만원 올리기로 했다.
생산 현장 인력도 늘린다. 현대차는 내년 하반기 200명, 2028년 300명 등 기술직 500명을 추가 채용하기로 노조와 합의했다.
막판까지 쟁점이 됐던 정년 연장은 관련 법 개정 이후 시행하는 방향으로 정리됐다. 다만 정년 연장을 이유로 현재 임금피크제를 추가 확대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달았다. 노조가 요구했던 상여금 인상은 내년 단체교섭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과거 노사 갈등의 흔적도 일부 정리한다. 회사가 노조 활동과 관련해 제기했던 손해배상·가압류 10건을 모두 해지하기로 했다.
이번 잠정합의까지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지난 21일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 본사 앞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 자동차업종 조합원들이 공동파업대회를 열고 있다 / 뉴스1
노조는 상여금 인상과 정년 연장, 과거 노사 갈등 과정에서 해고된 조합원의 처우 등을 놓고 회사와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파업에 들어갔다.
지난달 13일부터 부분파업을 이어간 데 이어 지난 21일에는 10년 만에 8시간 전면파업까지 벌였다.
올해 누적 파업시간은 60시간에 달했다. 오전·오후 근무조가 각각 파업에 참여하면서 생산라인이 실제 멈춘 시간은 120시간으로 늘어났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이 기간 약 5만5200대의 생산 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판매단가를 기준으로 추산한 매출 차질 규모도 2조3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파업이 길어질수록 현대차뿐 아니라 부품 협력업체의 부담도 커졌다.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들의 임금 손실까지 불어나면서 노사 모두 추가 파업보다는 협상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압박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노사는 미래 자동차 산업 변화에 공동 대응하는 방안에도 뜻을 모았다.
피지컬 AI와 로보틱스 등 신기술 도입이 자동차 산업 경쟁력 확보에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앞으로 신사업과 신기술 추진 상황을 노사가 공유하기로 했다. 제조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도 함께 추진한다.
현대차는 장기간 이어진 교섭과 파업으로 고객과 주주, 협력업체 등에 부담을 준 데 대해 유감을 나타내면서 하반기 생산 정상화와 신차 출시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잠정합의안은 오는 31일 전체 조합원 찬반투표에 부쳐진다. 과반이 찬성하면 올해 현대차 임금협상은 111일 만에 마침표를 찍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