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이자 비공식 참모인 재러드 쿠슈너가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와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 트럼프 행정부의 최측근 인사가 민주당 핵심 인사와 접촉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가에 파장이 일고 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의 하원 장악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백악관 측이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23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쿠슈너와 제프리스 원내대표가 최근 뉴욕시의 사적인 장소에서 만났다고 보도했다. 회동 장소와 시기는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지만, 두 사람이 단독으로 만나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재러드 쿠슈너 / GettyimagesKorea
이번 만남은 여러 측면에서 이례적이다. 쿠슈너는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트럼프의 남편으로, 1기 트럼프 행정부 시절 백악관 선임고문을 지냈다. 현재는 공식 직함은 없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제프리스 원내대표는 트럼프 행정부를 가장 강도 높게 비판해온 민주당 핵심 인사다.
민주당이 11월 중간선거에서 하원 다수당을 차지하면 제프리스 원내대표는 하원의장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하원의장은 부통령에 이어 대통령 승계 서열 2위로, 예산안과 법안 처리를 주도하고 행정부에 대한 의회 조사와 감독권을 행사한다. 특히 대통령과 각료에 대한 탄핵소추권도 하원이 보유하고 있다.
제프리스 원내대표는 지난달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책임을 묻는 데 있어 어떤 것도 정해두거나 배제하지 않았다"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세 번째 탄핵소추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우린 트럼프 행정부의 해로운 각료들을 계속 확실히 제거할 것"이라며 "내가 보기엔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이 다음 차례"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번 회동에서 두 사람이 구체적으로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쿠슈너가 제프리스 원내대표에게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과의 회동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들은 갈수록 떨어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지지율 속에서 백악관 주변 인사들이 중간선거 이후 민주당의 하원 장악 시나리오에 대비하는 움직임으로 해석했다.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 GettyimagesKorea
공화당 내부에서는 이번 회동을 두고 불편한 반응이 나왔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하원 공화당에 반대로 베팅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존슨 의장은 루이지애나 출신 공화당 소속으로 현재 하원을 이끌고 있다.
존슨 의장은 쿡 폴리티컬 리포트의 분석을 인용하며 중간선거 전망을 내놨다. 하원 의석 435석 중 공화당이 211석, 민주당이 205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나머지 19개 의석의 선거 결과가 승부를 가를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치권에서는 쿠슈너의 이번 행보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간선거 패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민주당과의 협력 채널을 미리 구축하려는 시도로 본다. 다른 한편에서는 쿠슈너 개인의 정치적 입지 강화를 위한 독자 행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중간선거를 석 달여 앞둔 시점에서 여야 간 의석수 격차가 크지 않아 선거 결과를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공화당은 하원에서 과반을 유지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과 일부 정책에 대한 반발이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민주당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실패를 집중 공격하며 하원 탈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제프리스 원내대표는 선거 유세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정책과 외교 안보 정책을 비판하며 유권자들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쿠슈너와 제프리스 원내대표의 회동이 향후 정치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중간선거 결과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남은 임기 국정 운영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여야 간 물밑 접촉이 더욱 활발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