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 21일(금)

노소영이 법정서 꺼낸 '300억' 메모...결국 '노태우 비자금' 강제수사로

이혼 항소심서 김옥숙 '선경 300억' 메모 제출...노태우 자금, 재산형성 기여 주장

대법원은 기여분서 배제...SK "실제 받은 돈 없어" 반박

노소영 측, 돈의 흐름 입증 못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의 이혼소송에서 재산분할 기여를 주장하기 위해 법정에 꺼낸 모친 김옥숙 여사의 '선경 300억' 메모가 노태우 전 대통령 일가의 비자금 수사로 이어지고 있다.


주주·그룹 경영 영향 최소화”...최태원 회장, 9440억 판결 재상고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 뉴스1


노 관장 측은 2023년 이혼소송 항소심에서 선경건설(SK에코플랜트 전신) 명의 약속어음과 김 여사가 작성한 '선경 300억' 메모를 증거로 제출했다. 노 전 대통령이 최종현 SK 선대회장에게 300억원을 전달했고 이 자금이 당시 선경그룹의 경영활동에 사용됐다는 주장이었다.


SK 측은 300억원을 실제 받은 사실이 없다는 입장이다. 노 전 대통령 측의 퇴임 이후 활동자금 지원 요구에 대비해 선경건설 명의 약속어음을 마련했을 뿐, 이미 받은 300억원에 대한 담보가 아니었다고 설명한다.


재판 과정에서 노 관장 측은 김 여사의 메모와 약속어음을 제출했지만, 노 전 대통령 측에서 SK 측으로 300억원이 실제 이동했다는 계좌 내역이나 별도의 자금 전달 자료는 제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관장 역시 30여 년 전 일인 만큼 구체적인 자금 전달 경위는 정확히 기억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노 관장의 재산 형성 기여에 반영했다. 그러나 지난해 대법원은 해당 자금의 실제 존재와 전달 여부를 판단하지 않은 채, 설령 300억원이 전달됐다고 하더라도 불법자금인 만큼 노 관장의 재산분할 기여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지난달 파기환송심에서도 300억원은 노 관장의 기여분에서 빠졌다. 이와 별개로 검찰은 이혼소송을 통해 공개된 노 전 대통령 일가의 비자금 의혹에 대한 수사를 이어왔고 21일 처음으로 강제수사에 들어갔다.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는 이날 노 전 대통령 일가의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과 조세포탈 혐의 등과 관련해 김 여사가 머무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사저 등을 압수수색했다.


노 전 대통령의 아들인 노재헌 주중한국대사가 이사장으로 있는 동아시아문화재단과 노태우센터, 차명 계좌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는 당시 비서관들의 자택 등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재산분할 근거로 법정에 나온 '선경 300억'...노소영도 고발 대상


'선경 300억' 메모가 공개된 건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 과정이었다.


노 관장 측은 노 전 대통령이 1991년 비자금 300억원을 건네고 최종현 선대회장으로부터 선경건설 명의 약속어음을 담보로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 돈이 태평양증권 인수와 당시 선경그룹의 경영활동에 사용됐다는 주장도 폈다.


최 회장 측은 약속어음이 노 전 대통령 측의 퇴임 이후 활동자금 지원 요구에 대비해 발행된 것으로, 300억원을 받은 뒤 건넨 담보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김 여사의 메모와 약속어음만으로 실제 자금 수수를 입증할 수 없다는 입장도 냈다.


origin_노태우전대통령빈소향하는김옥숙여사.jpg김옥숙 여사와 노소영 관장 / 뉴스1


2024년 5월 항소심 재판부는 노 관장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300억원을 SK그룹 재산 형성 과정에서 노 관장의 기여를 인정할 근거 가운데 하나로 삼고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금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혼소송에서 메모가 공개되자 법정 밖에서도 비자금 문제가 불거졌다.


2024년 5·18기념재단 등은 김 여사와 노 관장, 노재헌 대사 등을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과 조세포탈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재단은 노 전 대통령 일가가 은닉한 비자금 규모가 1266억원대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고발인 조사에 이어 김 여사 측에 자금 흐름에 대한 소명을 요구하고 노 전 대통령 일가의 금융계좌 자료를 확보해 자금 흐름을 추적해왔다.


노 관장이 재산분할 소송에서 제출한 김 여사의 메모 진위도 확인 대상에 올랐다. 이혼소송에서 재산 형성 기여의 근거로 제시했던 자료가 이후 노 전 대통령 일가를 상대로 제기된 비자금 의혹 수사의 자료로도 다뤄지게 된 셈이다.


대법원서 기여 인정 막힌 300억...실제 SK 유입 여부는 확인 안돼


이혼소송에서 300억원을 둘러싼 판단은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노 전 대통령이 최종현 선대회장에게 300억원을 실제로 전달했는지 자체는 판단하지 않았다. 원심 판단대로 지원이 있었다고 보더라도 자금 출처가 노 전 대통령이 재임 중 받은 뇌물로 보이는 만큼 이를 노 관장의 재산 형성 기여로 인정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해당 자금에 대해 선량한 풍속과 사회질서에 반하고 반사회성·반윤리성·반도덕성이 현저하다며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에서의 기여를 포함해 어떠한 형태로도 보호받을 가치가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달 파기환송심은 300억원을 노 관장의 기여분에서 제외했다. 재판부는 혼인 당시 보유자산과 공동재산 취득 경위, 혼인 기간, 두 사람의 재산 형성·유지 기여 등을 다시 따져 노 관장의 분할 비율을 3분의 1로 정하고 재산분할금 944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최 회장 측은 지난 14일 파기환송심 판결에 불복해 재상고했다. 9440억원의 재산분할 판결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300억원의 SK 측 유입 여부는 과거 수사에서도 확인되지 않았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1995년 태평양증권 비자금 의혹과 관련해 최종현 선대회장을 조사했지만 자금 출처를 노 전 대통령 비자금으로 연결하지 못했다. 노 전 대통령에게 부과된 추징금 2628억원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당시 검찰 수사에서도 300억원의 SK 유입이 확인되지 않았고, 이혼소송에서도 실제 자금 이동을 보여주는 별도 자료가 제시되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