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 21일(금)

110살 넘은 어르신 피, 암세포 죽이는 '킬러세포' 4배 이상 많았다

110세가 넘는 초장수인의 혈액을 분석한 결과, 암세포를 공격하는 면역세포가 일반 고령자보다 최대 4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나이가 들수록 면역력이 떨어진다는 기존 통념과 달리, 특정 면역 기능은 오히려 강화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다.


일본 오사카대학 고스케 하시모토 연구팀은 70세부터 110세 이상 고령자 28명의 혈액 속 면역세포를 분석한 결과를 최근 국제 학술지 '셀 리포츠'에 공개했다.


연구진은 'CD4 세포독성 T세포'에 집중했다. 이 세포는 다른 세포를 직접 공격해 파괴하는 T세포의 일종으로, 일반적으로 전체 T세포 중 5% 미만만 존재한다.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 주로 관찰되며, 최근에는 폐암이나 흑색종 같은 암세포도 공격할 수 있다는 연구가 보고되고 있다.


img_20211008180704_3g7578k9.jpg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70~90세 8명, 100~109세 10명, 110세 이상 10명의 혈액을 비교 분석한 결과, 이 킬러 세포가 전체 T세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70~90세 그룹에서 약 4%였다. 하지만 100~109세는 약 10%, 110세 이상에서는 약 18%로 급증했다. 100세를 넘어서면서 이 세포 비율이 현저히 높아진 것이다.


단순한 양적 증가에 그치지 않았다. 100세 이상 참가자들의 경우 특정 표적을 인식하는 동일 계통의 킬러 세포가 대량으로 복제돼 있었다.


한 참가자는 킬러 세포의 53.8%가 사실상 동일 계통이었다. 특정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같은 종류의 '전투 세포'를 집중적으로 증식시킨 것으로 보인다.


어떤 대상을 공격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연구진은 킬러 세포 표면의 수용체를 분석했다. 세포 수용체는 서로 다른 표적을 식별하는 장치로, 수용체 구조를 보면 해당 세포가 무엇에 반응했는지 추정할 수 있다. 분석 결과 약 30개의 수용체가 암 환자의 T세포에서 보고된 것과 일치했으며, 특히 폐암 환자에서 발견된 서열과 겹치는 사례가 많았다.


v4755xdbhf4124v6js43.jpg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주목할 점은 연구에 참여한 초장수인 중 암을 앓은 이가 단 한 명도 없었다는 사실이다. 이에 연구진은 이들의 킬러 세포가 암세포가 발현되기 전에 감시하고 제거하는 '선제적 면역 방어막' 역할을 했을 가능성에 주목한다. 다만 혈액 세포 분석만으로는 실제 이 세포들이 체내 어느 부위로 이동해 무엇을 공격했는지 직접 확인할 수는 없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노화와 면역에 관한 기존 연구는 면역 기능의 쇠퇴에 초점을 맞춰왔다"며 "이번 연구는 100세를 넘어선 나이에도 면역체계의 특정 부분은 오히려 강화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