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연합훈련 축소 지시가 북한과의 대화 재개만을 노린 것이 아닐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한국의 대미 투자 이행 지연과 이란 파병 지원 거부 등 경제·안보 현안에 대한 불만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관련 논의에 정통한 관계자 3명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 정부의 투자 약속 이행 속도에 강한 불만을 품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한국의 무역 오판이 안보에서 대가를 치르게 할 수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같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시절과 마찬가지로 연합훈련 축소 카드를 꺼내들었다. 폴리티코는 이번 조치가 서울의 투자 약속 이행이 충분히 빠르지 않다는 미국 측 판단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 GettyimagesKorea
한국 정부는 총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한 바 있다. 이 가운데 1500억달러는 조선업 협력 분야로 배정됐지만 나머지 2000억달러의 구체적인 투자처는 아직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미국 측 논의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한미 협상에 대해 "그들은 역대 가장 느린 협상가들"이라고 꼬집었다.
트럼프 행정부 당국자들은 한국이 투자 약속 이행을 "의도적으로 늦추고 있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분야에서 시작된 불만이 안보 현안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투자 문제 외에도 한국의 쿠팡 규제, 이란전과 호르무즈 해협 지원 거부에도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고 전했다. 경제와 안보를 분리하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의 특성상 한미훈련 축소가 한국 압박용 지렛대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한 관계자는 "대통령은 지렛대를 좋아한다"며 "지렛대는 실제 사용할 의향이 있어야 생기는데 트럼프는 그렇게 한다"고 말했다. 한미연합훈련 같은 핵심 안보 현안도 한국에 압박을 가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특히 폴리티코는 한국이 미국의 이란전 지원 요청에 즉각 응하지 않은 점을 트럼프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지원 요청에 대한 한국의 미온적 태도에 불만을 품고 "한국을 한 대 때리고 싶은 것 같다"고 표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한미연합훈련 축소 방침을 발표하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우호적 관계를 강조한 바 있다. 연합훈련이 북한에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관계를 내세운 것이 실제 배경을 숨기기 위한 명분일 수 있다고 봤다. 이번 훈련 축소 지시는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유화 제스처인 동시에 한국의 대미 투자 조기 이행과 이란전 지원 등을 압박하는 안보 지렛대로 작용하고 있다는 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