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통영시 곤리도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60대 어머니가 토사에 매몰되자 30대 아들이 맨손으로 흙을 파헤쳐 구조를 시도했던 긴박한 상황이 전해졌다. 다행히도 어머니는 소방과 해경의 구조작업으로 3시간만에 구조돼 병원으로 이송됐다.
어제(17일) 새벽 경남 남해안을 강타한 기록적인 폭우로 통영을 비롯한 거제 등 경상권 전역에서 산사태와 침수 피해가 속출하며 인명 및 재산 피해가 커지고 있다.
18일 뉴스1 보도에 따르면, 소모 씨(30대)는 어제 새벽 4시경 마을에 정전이 발생하자 집 밖으로 나와 마당 배수로를 청소하고 있었다. 약 30분 뒤 아들이 들어오지 않자 어머니도 마당으로 나왔고,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던 순간 갑자기 '펑'하는 굉음과 함께 집 뒤편 폐교 운동장 지반이 무너져 내렸다.
지난 17일 통영시 산양읍 곤리도의 한 주택에서 해경과 소방 당국이 산사태에 매몰된 소 씨의 어머니를 구조하고 있다. / 뉴스1(경남소방본부 제공)
비탈에 있던 나무와 흙더미, 옹벽까지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마당에 있던 두 사람을 순식간에 덮쳤다. 무릎까지 토사에 파묻혔던 소 씨는 필사적으로 흙더미를 헤치고 가까스로 기어 나왔다. 그러나 어머니는 허리까지 토사에 묻혀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소 씨는 주변을 향해 "살려달라"고 애타게 소리쳤고, 마침 인근에 있던 낚시객이 달려오자 신고를 부탁했다. 이후 소 씨는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맨손으로 주변의 흙을 파헤치며 구조를 시도했다.
현장에 출동한 소방과 해경이 구조작업을 벌인 끝에 오전 7시 26분경 소 씨의 어머니를 극적으로 구조해 병원으로 이송했다. 어머니는 양쪽 다리 골절과 저체온증 등의 부상을 입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 씨 또한 어머니를 구조하려던 과정에서 손과 무릎 곳곳이 까지는 부상을 입었다. 산사태로 소 씨의 집은 허리 높이까지 토사가 들어차 당장 생활하기 어려운 상태다. 소 씨는 뉴스1에 "어제 상황 때문에 트라우마가 있는 것 같다"며 "마을 전체가 큰 수해를 입어 피해가 큰 곳의 주민들은 섬 밖으로 나가 있고, 남은 주민들은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폭우는 광복절 연휴 기간인 지난 15일부터 경남 남해안 일원에 기록적으로 쏟아졌다. 특히 거제에는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누적 강수량이 900mm를 넘어 평년 여름철 전체 강수량에 육박하는 양을 기록했다.
통영 역시 700mm가 넘는 누적 강수량을 보였고, 시간당 97.4mm의 극한 호우가 쏟아져 관측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기상청은 이번 비를 200년에 한 번, 100년에 한 번 나타날 수준의 강한 비로 분석했다.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는 통영뿐만 아니라 경남 전역에서 발생했다. 어제 오전 거제시 옥포동에서는 산사태로 아파트 1층이 매몰돼 20대 남성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17일 경남 거제시 옥포동의 한 아파트 인근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토사가 아파트 주변으로 쏟아져 있다. 2026.8.17/뉴스1
부산에서도 주택 침수, 가로수 전도, 도로 침하 등 50건의 소방 활동이 이뤄졌다. 경남에서는 어제 오후 4시 기준 거제에서 91명, 통영에서 41명 등 총 132명이 구조됐다. 도로 12곳, 하천 21곳, 산사태 24곳, 주택 58곳 등에서도 피해가 잠정 집계됐다. 거제·통영·사천에서 225가구 365명이 대피했으며, 이 중 139가구 240명은 아직 귀가하지 못하고 임시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다.
경남도교육청에 따르면 거제 33곳, 통영 8곳 등 교육시설 41곳에서 피해가 발생했고, 거제 일부 학교는 휴업을 확정했다. 거제의 주력 산업인 조선업도 직격탄을 맞아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 등 주요 조선소는 출근 통제 및 작업 중단 사태를 겪었다.
행정안전부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비상 1단계를 가동하고 거제 등 피해 지역에 특별교부세 30억 원과 재난구호사업비 4천만 원을 긴급 지원하기로 했다. 소방 당국은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령해 거제에서만 1천 건이 넘는 구조와 배수 활동을 벌이는 등 응급 복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경남도는 지자체 공무원과 소방, 경찰, 군부대 인력까지 총동원해 복구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지반이 약해진 만큼 산사태와 토사 유출 등 추가 피해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