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1주년 광복절이 밝았다. 81년 전인 1945년 8월 15일, 칠흑 같았던 일제 강점기의 어둠을 뚫고 한반도에 마침내 해방의 빛이 찾아왔다. 억눌렸던 수많은 민중은 거리로 쏟아져 나와 저마다 품 속에 꽁꽁 숨겨두었던 태극기를 꺼내 힘차게 흔들며 벅찬 감격과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일제의 가혹한 탄압 속에서도 결코 꺾이지 않았던 민족의 얼과 자주독립을 향한 열망이 태극기의 펄럭임과 함께 전국 방방곡곡에 울려 퍼진 그날의 숭고한 환희를 우리는 결코 잊을 수 없고 잊어서도 안된다.
국경일마다 펄럭이던 태극기, 이제는 보기 힘들어져
81년 전 그날의 숭고한 희생과 역사를 기억하고 기념하기 위해 우리는 매년 국가 경축일마다 각 가정의 창가와 거리 곳곳에 태극기를 게양하며 그 깊은 의미를 되새겨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최근 들어 광복절을 비롯한 주요 국경일에 태극기를 게양한 집들을 예전보다 훨씬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아파트 베란다나 주택 대문 앞마다 태극기가 붉고 푸른 물결을 이루던 과거의 풍경은 점차 희미해지고, 텅 빈 깃대만이 덩그러니 남겨진 외벽이 오늘날 달라진 국경일의 풍경을 씁쓸하게 보여주고 있다.
제81주년 광복절을 맞은 2026년 8월 15일, 서울 시내의 한 아파트 단지 전경. 수많은 가구 중 베란다에 태극기를 게양한 집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 인사이트
태극기 게양률이 이토록 눈에 띄게 줄어든 데에는 우리 사회의 복합적인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다.
가장 먼저 꼽히는 것은 태극기의 정치적 소비다. 보수 성향 집회에서 태극기가 빈번하게 등장하면서 이른바 '태극기 부대'라는 표현까지 생겨났고, 잦은 거리 시위와 극단적인 정치적 메시지가 태극기 자체에 대한 대중의 피로감과 부정적 인식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순수한 애국심과 민족적 자긍심의 상징이어야 할 국기가 자칫 특정 정치 세력이나 이념을 대변하는 도구로 변질되면서,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는 태극기를 게양하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는 것으로 오해받을까 우려하는 기피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집단적인 국가주의보다는 개인의 일상과 자유를 중시하는 가치관이 자리 잡으면서, 굳이 겉으로 국기를 내걸어 애국심을 표현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인식의 변화도 한몫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시장 논리에 밀려 질이 낮고 가격만 저렴한 중국산 태극기가 무분별하게 유통되면서 국기에 대한 존엄성이 알게 모르게 훼손되고 있으며, 미관이나 안전상의 이유로 국기 꽂이가 아예 설치되지 않은 신축 주상복합 아파트 및 오피스텔 등 주거 환경의 구조적 변화 역시 국기 게양을 가로막는 현실적인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22일 서울 세종대로 사거리와 태평로 일대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반대집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3.22 / 뉴스1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광복절에 태극기를 게양해야만 한다. 태극기 게양은 결코 낡은 관습이나 맹목적인 국가주의의 강요가 아니다. 그것은 오늘날 우리가 숨 쉬듯 당연하게 누리는 자유와 평화, 그리고 민주주의를 피땀 흘려 되찾아준 순국선열들의 고귀한 희생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자 깊은 감사와 존경의 표현이다.
베란다 창문을 열고 국기를 깃대에 매다는 찰나의 순간을 통해 우리는 바쁜 현대 사회의 일상 속에서 잠시 잊고 지냈던 묵직한 역사의 무게를 다시금 체감할 수 있다. 나아가 선조들이 물려준 독립된 조국의 소중함을 미래 세대에게 올바르게 계승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다지게 된다.
태극기는 그 어떤 일시적인 정치적 이념이나 세대 간 갈등을 뛰어넘어 우리 민족 모두를 하나로 묶어주는 굳건한 결속의 상징이자 흔들리지 않는 대한민국의 정체성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광복절 태극기, 어떻게 게양해야할까
광복절인 15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아파트 단지에 태극기가 드문드문 게양돼 있다. 2026.8.15 / 뉴스1
이러한 의미를 온전히 담아 올바르게 태극기를 게양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게양법을 숙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광복절과 같은 5대 국경일에는 조의를 표하는 현충일 등과 달리 기쁨을 나누는 경축일이므로, 깃봉과 깃면의 사이를 떼지 않고 가장 윗부분에 바짝 붙여 달아야 한다. 단독 주택의 경우 대문의 중앙이나 왼쪽에, 다세대 주택이나 아파트 등에서는 베란다의 중앙 또는 왼쪽에 게양하는 것이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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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양 시간은 보통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심한 비바람이나 태풍 등으로 국기가 심하게 훼손될 우려가 있을 때는 게양하지 않거나 잠시 거두어들이는 것이 맞다. 또한 때가 묻거나 훼손된 국기는 함부로 쓰레기통에 버려서는 안 되며, 각급 지방자치단체 민원실이나 주민센터 등에 마련된 전용 국기 수거함에 반납해 경건하게 폐기되도록 해야 한다.
81번째 광복절을 맞아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그리고 집 앞마다 자랑스러운 태극기가 다시 한번 힘차게 휘날리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