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청개구리 암컷들이 선택 가능한 수컷이 많아질수록 오히려 최적의 짝을 고르는 데 실패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인간의 연애 프로그램에서 나타나는 '선택 장애' 현상이 동물계에서도 똑같이 발견된 것이다.
미국 테네시대 생태·진화생물학과, 심리학·신경과학과, 동물행동 협동 연구과정과 파나마 스미스소니언 열대 연구소 동물행동 센터 공동 연구팀은 청개구리 암컷이 너무 많은 선택지 앞에서 가장 우수한 짝을 선택하는 능력을 상실한다는 연구를 진행했다. 이 연구는 자연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아이사이언스' 지난 13일 자에 게재됐다.
연구 대상인 코프 회색 청개구리는 북미 버지니아부터 텍사스, 캐나다에 이르는 광범위한 지역에 서식한다.
미국 테네시대
이들은 약 5㎝ 크기로 나무껍질 같은 울퉁불퉁한 회색이나 녹색 피부를 지녔다. 번식기에 수컷은 목주머니를 부풀려 고음의 진동음으로 암컷에게 구애한다.
연구팀은 폭 2m의 방음·온도 조절 사육 공간을 만들어 실험을 설계했다. 암컷을 중앙에 놓고 주변에 여러 스피커를 설치한 뒤 실제 수컷 울음소리를 녹음해 재생했다.
암컷은 마음에 드는 수컷 소리가 나오는 스피커 방향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선행 연구에서 암컷이 긴 울음소리를 내는 수컷을 선호한다는 점을 고려해, 연구팀은 선호도가 높은 울음소리와 함께 훨씬 짧은 주의 분산용 울음소리 한두 개를 동시에 들려주며 반응을 살폈다.
코프 회색 청개구리 / pexels
실험 결과는 놀라웠다. 수컷 울음소리 개수가 늘어날수록 암컷의 선택 능력은 급격히 떨어졌다.
선호하는 울음소리 하나와 방해 울음소리 하나만 있을 때 암컷은 77% 확률로 선호 대상을 향해 움직였다. 하지만 8마리의 서로 다른 수컷 소리를 들었을 때는 선호 대상을 고르는 비율이 25%까지 곤두박질쳤다. 일부 암컷은 아예 어떤 선택도 하지 못하고 움직임을 멈추는 모습까지 보였다.
연구팀은 이러한 선택 불능 상태가 단순히 소리를 구분하지 못해서인지 확인하기 위해 추가 실험을 진행했다.
선호 울음소리와 함께 머리 위 스피커에서 다수 수컷의 울음소리가 섞인 배경 소음을 재생했다.
pexels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시끄러운 환경 소음은 암컷의 짝 선택 행동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았다. 연구팀은 암컷들이 환경적 소음 때문이 아니라 선택 가능한 옵션 자체가 많아서 혼란을 겪는다고 결론지었다.
이 연구는 진화론적 관점에서도 흥미로운 시사점을 제공한다. 암컷이 긴 울음소리를 내는 수컷을 강하게 선호한다면, 시간이 흐르면서 짧게 우는 수컇들은 개체군에서 도태돼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선택 과부하' 현상이 암컷에게 극심한 혼란을 야기해 이론상 열등한 짝을 고르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짧은 울음소리를 가진 수컷들도 유전자 풀에서 계속 생존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연구를 주도한 제시 태너 테네시대 교수는 "동물 세계에서 암컷의 결정은 생물학적으로 대단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론적으로 암컷은 우수한 소리를 내는 수컷을 선택함으로써 자손에게 유전적 이점을 전달할 수 있지만, 암컷들이 늘 이런 선택권을 효과적으로 행사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이번 연구가 증명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