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네이티브로 불리는 Z세대 직장인들 사이에서 손글씨와 종이 문구류를 찾는 역설적 흐름이 확산하고 있다. 기업의 AI 업무 자동화가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젊은 세대는 아날로그 방식으로 회귀하며 디지털 피로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지난 10일(현지 시각) 한경비즈니스가 인용한 미국 비즈니스인사이더(BI)는 Z세대가 프리미엄 노트와 화려한 데스크패드, 포스트잇 같은 아날로그 문구를 업무 현장에서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무용품 업체 스테이플스의 자회사 퀼(Quill)은 지난달 MZ세대 직장인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응답자 94%는 디지털 체크리스트보다 종이 할 일 목록에 직접 줄을 그으며 지우는 방식이 더 만족스럽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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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 직장인 56%는 동료에게 다이렉트 메시지(DM)를 보내기보다 포스트잇에 메모를 남기는 편을 선호했다. 회의나 일상에서 손으로 직접 메모하는 비율도 베이비붐 세대보다 두 배나 높게 나타났다.
이런 변화를 이끄는 핵심 요인은 디지털 피로다. MZ세대 응답자 3명 중 1명은 슬랙과 이메일, 마이크로소프트 팀즈 등에서 쏟아지는 알림 때문에 아날로그 업무 방식을 찾게 됐다고 밝혔다.
인사 담당자 제시 레이는 BI 인터뷰에서 자신의 업무 방식을 소개했다. 그는 "회의 내용을 구글 문서에 입력하지 않고 포스트잇에 직접 적어 모니터에 붙여둔다"며 "작은 포스트잇은 휴식 시간에 고양이나 새를 그리는 미니 스케치북으로 쓴다"고 설명했다.
레이는 "키보드로 대화를 쫓아가며 타이핑하는 것보다 손으로 직접 쓰는 게 집중력과 기억력에 도움이 된다"며 "사소해 보이지만 업무 만족도를 확실히 높여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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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선호 현상은 새로운 소비 패턴으로 연결된다. Z세대는 단순한 사무용품 사용을 넘어 자신의 취향을 드러낼 수 있는 프리미엄 문구류 구매로 소비를 확대하고 있다.
퀼에 따르면 Z세대 사이에서 프리미엄 노트와 컬러 가죽 데스크패드, 고급 필기구 등 개성을 표현하는 사무용품 수요가 두드러졌다. MZ세대 직장인 4명 중 1명은 고급 사무용품이 최신 기술 장비만큼 업무 동기를 끌어올린다고 답했다.
길 그랑부아 퀼 대표는 "기본적인 사무용품조차 이 세대에게 다시 중요한 물건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문구 시장도 젊은 세대의 아날로그 수요에 힘입어 성장세를 보인다. 영국 문구 브랜드 파피에는 스크랩북과 노트카드 같은 아날로그 제품을 강화한 뒤 2022년부터 2025년 사이 매출이 두 배로 늘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성장세는 주로 Z세대 소비자가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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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더비즈니스리서치컴퍼니는 세계 고급 필기구·문구 시장 규모가 지난해 43억3000만달러(약 6조1200억원)에서 올해 45억3000만달러(약 6조4100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날로그 선호는 사무공간 꾸미기 문화로도 확산한다. 획일화된 사무실에서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어 안정감과 소속감을 얻으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샌프란시스코 애니메이션 스트리밍 업체 크런치롤에서 일하는 캘빈 리는 책상에 포켓몬 포스트잇과 '원신' 캐릭터 펜, 마블 피젯토이를 두고 노트북에도 스티커를 붙여 사용한다. 그는 "애니메이션 팬으로서 나만의 공간을 꾸미는 것 자체가 즐겁다"며 "기능적이고 편안한 업무공간과 내가 좋아하는 것을 보여주는 공간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려고 한다"고 전했다.
자신만의 업무 공간을 꾸미는 문화는 사무실 복귀 정책에도 영향을 미친다. Z세대 직장인들은 매일 자리를 옮겨 다니는 핫데스킹(자율좌석제)보다 자신의 물건을 두고 꾸밀 수 있는 고정 좌석을 더 선호하는 경향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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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어 오밀리언-호지스 웨스턴미시간대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교수는 "장식용 노트와 스티커, 개인화된 책상은 단순한 미적 취향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며 "Z세대는 일을 하는 데 하나의 정답만 존재한다는 경직된 사고방식을 거부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점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