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포인트로 만든 투박한 그림, 눈이 부실 정도로 강렬한 원색 대비, 파격적인 문구. 한 장의 포스터가 인터넷을 뒤흔들었다. 네티즌들은 "이게 진짜 공식 포스터냐"며 반신반의했고, "담당자 괜찮은 거냐"는 댓글과 함께 SNS 곳곳에 이 포스터를 공유하기 시작했다.
충주시 특산품인 옥수수를 알리기 위해 조남식 주무관이 만든 홍보 포스터였다. 주목받을 일 없던 작은 지방 도시가 하루아침에 온라인 최고의 화제로 떠올랐다. SNS 운영 경험 전무, 홍보 업무 이력 제로, 사용 가능한 프로그램은 그림판과 파워포인트가 전부였다.
"시장님께서 또라이를 찾으라 하셨다"는 한 마디에 평범한 말단 공무원이었던 조남식은 충주시 SNS 홍보 1인 전담자로 발탁됐다. 콘텐츠 기획, 제작, 댓글 응대까지 전 과정을 혼자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는 기존 관공서 홍보의 틀을 완전히 깨버렸다.
사진 제공 = 이야기장수
조남식의 파격 홍보는 성공을 거뒀다. 충주시 페이스북은 영향력 지수가 5000% 이상 급증했고, 블로그 일일 방문자는 300% 이상 늘어났다. MBC와 KBS, 조선일보 등 주요 언론이 그를 인터뷰했고, 문화체육관광부와 페이스북 코리아에서 강연 요청이 쏟아졌다.
이후 충주시는 전국 지자체 유튜브 구독자 수 1위를 기록하며 지자체 홍보의 새 역사를 썼다. 무엇보다 더 이상 충주를 설명할 때 "충성할 때 충자 쓰는 충주"라고 말할 필요가 사라졌다.
'원조 충주맨' 조남식의 B급 홍보 개척 스토리를 담은 책 '충주시 B급 홍보 개척사'가 출간됐다. 책에는 SNS를 전혀 몰랐던 평범한 공무원이 자신만의 기준으로 홍보를 성공시킨 과정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세금으로 장난치냐" "네가 뭔데 충주시 이미지를 망치느냐" "공무원 얼굴을 함부로 쓰지 마라"는 비난 속에서도 그는 흔들리지 않았다. 오직 하나의 목표, 충주시를 알리고 사람들이 충주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만드는 것에만 집중했다.
조남식은 스스로에게 "내가 이 콘텐츠를 볼까?"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졌다. 형식적인 보여주기식 홍보가 아니라, 사람들과 함께 보고 웃으며 소통하는 진짜 홍보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시작점은 "어차피 하는 일이라면 제대로 하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책에는 공무원이라는 직업에 대한 자부심과 고향 충주를 향한 애정도 고스란히 녹아 있다.
조남식은 홍보를 단순히 콘텐츠를 생산하는 일이 아니라 사람과 기회를 연결하는 일로 정의한다.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관심을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그는 충주시를 떠났지만, 강연 활동을 통해 홍보를 홍보하고 자신을 홍보하며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가고 있다. 여전히 홍보하는 삶을 살고 있는 셈이다.
조남식은 충주시 B급 홍보가 성공한 비결을 "지금 내 위치에서 당장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한 결과"라고 설명한다. B급 포스터가 화제가 된 이유도 디자인 실력이 아니라 "그런 그림을 그린다는 발상 자체"가 핵심이었다는 것이다.
'충주시 B급 홍보 개척사'는 한 지방 도시의 성공 스토리를 넘어, 어떤 홍보가 진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홍보란 결국 자신을 알리고,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변화를 만들어내는 모든 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