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 13일(목)

부산에 뜬 롯데마트 '오카도'... 신동빈 '1조원 승부수' 통할까

롯데마트가 인공지능(AI)과 로봇 자동화 기술을 앞세운 차세대 온라인 물류센터를 가동하며 온라인 식료품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영국 리테일테크 기업 오카도의 기술을 접목한 첫 번째 고객 풀필먼트센터(CFC) '제타 스마트센터 부산'을 통해 오프라인에서 쌓아온 신선식품 경쟁력을 온라인으로 확장하고, 후발주자로 뛰어든 온라인 그로서리 시장에서 차별화된 배송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지난 9일 롯데마트는 부산 강서구 국제산업물류도시에 고객 풀필먼트센터(CFC) '제타 스마트센터 부산(ZETTA Smartcenter Busan)'을 열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제타 스마트센터 부산은 단순히 상품을 보관했다가 배송하는 물류센터가 아니다. 고객이 온라인에서 상품을 주문하는 순간부터 상품을 집고 포장해 배송 차량에 싣고, 원하는 시간에 전달하기까지 온라인 장보기 전 과정을 AI와 자동화 기술로 연결한 온라인 전용 물류 거점이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롯데마트


이번 센터의 핵심에는 롯데마트가 2022년부터 협력해온 영국 오카도의 '오카도 스마트 플랫폼(OSP)'이 있다. 오카도는 2000년 영국에서 설립된 리테일테크 기업으로, 온라인 식료품 유통 과정에 특화된 자동화 물류 기술을 개발해왔다. 수요 예측부터 상품 보관·피킹·포장·출고·배송까지 주문 처리 전 과정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 제어하는 것이 OSP의 핵심이다. 현재 미국 크로거와 일본 이온 등 11개국 14개 유통사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롯데그룹이 오카도에 주목한 것도 온라인 식료품 시장에서 자동화 물류가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2022년 오카도와의 파트너십 체결 당시 직접 협약식에 참석하며 사업에 힘을 실었다. 


롯데는 2030년까지 약 1 조원을 투자해 전국에 6개의 CFC를 구축하고, 2032년까지 온라인 식료품 매출 5조 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제타 스마트센터 부산은 이른바 '오카도 프로젝트'의 첫 국내 거점이다.


롯데마트가 대규모 투자에 나선 배경에는 온라인 식료품 시장의 성장성이 있다. 국내 온라인 식료품 거래액은 2019년 약 17조 1700억 원에서 지난해 약 52조 3000억 원으로 증가했다. 연평균 성장률은 20.4%에 달한다. 특히 농축수산물 온라인 거래액은 같은 기간 연평균 25.5% 성장했다. 아직 식품의 온라인 침투율이 28% 수준으로 패션(33%), 화장품(41%), 가구(50%), 가전(55%) 등보다 낮다는 점에서 추가 성장 여력도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식품, 특히 신선식품을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과정은 다른 상품보다 까다롭다. 상품마다 크기와 형태가 다르고 냉장·냉동 등 보관 조건도 제각각인 데다 배송 과정에서 신선도가 떨어질 수 있다. 품절이나 오배송, 배송 지연 등도 온라인 장보기의 대표적인 불편으로 꼽힌다. 롯데마트는 오카도의 자동화 기술과 자체 신선식품 경쟁력을 결합해 이 같은 한계를 공략한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롯데마트


제타 스마트센터 부산은 연면적 4만㎡(약 1만2000평) 규모로 최대 3만5000개의 상품을 취급할 수 있다. 특히 온라인 주문에서 수요가 높은 신선·냉장·냉동 상품을 강화해 냉장·냉동 상품만 1만여개를 운영한다. 지역에서 조달한 로컬 채소를 비롯해 AI 선별 고당도 과일, 최상급 마블나인 한우 등 롯데마트가 강점으로 내세워온 신선식품을 온라인에서도 선보인다. PB '오늘좋은'과 '요리하다', 해외소싱 단독 상품 등도 확대한다.


센터의 작동 방식은 상품 입고부터 배송까지 하나의 자동화 시스템으로 연결되는 것이 특징이다. 우선 입고된 상품은 '디켄트(Decant) 스테이션'에서 검수를 거쳐 전용 보관 바스켓인 '하이브 토트(Hive Tote)'에 담긴다. 이후 바둑판 모양의 격자형 레일 설비인 '하이브(Hive)'로 이동해 상품별 보관 위치에 적재된다. 하이브 내부에서는 상품이 층별 구역에 따라 최소 8단에서 최대 21단 높이까지 적재된다. 별도의 중간층을 두는 메자닌 구조가 아닌 독립적인 층별 구조로 설계해 공간 활용도를 높이고 창고 면적당 보관 능력을 극대화했다.


이 과정에서 OSP 알고리즘이 상품의 위치까지 관리한다. 머신러닝을 통해 계절과 날씨 등 외부 변수를 반영해 수요를 예측하고 상품 위치를 상시 재배치한다. 출고 우선순위가 높은 상품은 피킹이 용이하도록 상단에 배치해 선입선출이 자동으로 이뤄지도록 한다.


고객이 주문하면 피킹 로봇 '봇(BOT)'이 하이브 격자 레일 위를 초속 4m로 움직이며 상품이 있는 위치로 이동한다. 봇은 중앙제어시스템과 초당 10회 통신하면서 최단 경로를 계산한다. 특히 3D 프린팅 공법으로 제작해 기존 모델보다 무게를 3배 이상 줄여 기동성을 높였다. 이후 하이브 상단에 위치한 '피킹 로봇 팔' OGRP(On Grid Robotic Pick)가 상품의 집는 위치를 자동으로 인식해 필요한 상품을 정확하게 집어 포장한다. 지능형 내장 센서를 통해 피킹과 포장 과정에서 상품이 찌그러지거나 손상될 위험도 최소화했다.


모든 상품을 로봇이 처리하는 것은 아니다. 로봇 피킹이 어려운 고중량·이형 상품은 작업자와 로봇이 협업하는 '피킹 스테이션'에서 별도로 선별해 콜드체인 배송차로 옮긴다. 이를 통해 로봇 자동화가 어려운 상품까지 하나의 주문 과정 안에서 함께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롯데마트


신선식품의 온도 관리도 입고부터 배송까지 이어진다. 센터는 상품 입고부터 배송 차량까지 적정 온도를 유지하는 '엔드 투 엔드(End-to-End) 콜드체인'을 갖췄다. 특히 영하 25도 환경에서 작업자 개입 없이 '하이브 앤 봇(Hive and Bot)'으로 냉동 상품을 자동 이동시키는 '오토 프리저(Auto-Freezer)'를 적용했다. 오카도 파트너사 가운데 냉동 영역까지 자동화한 시스템으로, 냉동 상품의 신선도를 배송 직전까지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상품이 센터를 빠져나가는 과정에서도 AI가 작동한다. 센터의 입고 및 피킹 데이터는 롯데마트의 온라인 그로서리 플랫폼 '제타(ZETTA)'와 연동된다. AI가 상품별 적정 재고와 발주량을 실시간으로 확인해 결제 이후 품절이나 임의 대체 배송을 최소화한다. 고객의 구매 이력과 선호도를 분석해 초개인화된 상품 추천을 제공하고, 상품별 소비기한을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소비기한 관리 서비스도 적용했다.


배송 역시 AI와 자동화 기술을 활용한다. 제타 스마트센터 부산은 부산과 영남권 약 400만 세대를 대상으로 새벽부터 야간까지 24시간 배송 체계를 갖췄다. 고객은 새벽부터 저녁까지 2~3시간 단위로 배송 시간을 지정할 수 있으며 하루 최대 13회차 배송이 가능하다. 부산·창원·김해 등 주요 권역은 센터에서 직접 배송하고, 내년부터 배송 거점인 '스포크(Spoke)'를 활용해 대구·울산 등 인근 대도시까지 배송 권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아파트가 많고 교통이 혼잡한 국내 환경을 고려한 배송 시스템도 적용했다. 현대자동차와 협업한 1톤 전기 배송차는 아파트 지하주차장 진입이 가능하도록 했으며, AI 기반 배차 알고리즘이 실시간 도로 상황을 반영해 최적의 배송 경로를 설계한다. 배송차 자체에도 콜드 시스템을 적용했으며, 냉장·냉동 상품에는 30도 이상의 폭염 속에서도 6시간 이상 적정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패키지를 적용해 배송 중에도 신선도를 관리한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사진=인사이트사진 = 인사이트


롯데마트가 오카도를 선택한 것은 단순히 물류센터를 자동화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쿠팡·컬리·SSG닷컴 등 국내 주요 온라인 유통업체들이 이미 수년간 물류 인프라와 배송망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온 가운데 온라인 그로서리 시장에 후발주자로 뛰어든 롯데마트가 차별화할 수 있는 지점을 찾은 것이다. 


기존 사업자와 같은 방식으로 배송망을 확대하기보다 롯데마트가 오랫동안 축적해온 신선식품 소싱 역량에 오카도의 AI·로봇 기술을 결합해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롯데마트는 오카도와 2022년 파트너십을 맺은 이후 부산 CFC 구축에 약 2000억원을 투입했다. 2023년 12월 센터 착공에 들어갔으며, 2025년 4월에는 OSP를 적용한 온라인 그로서리 플랫폼 '제타' 앱을 먼저 선보였다. 같은 해 8월 센터 준공과 설비 설치를 거쳐 2026년 7월까지 통합 테스트를 진행했다.


다만 오카도 시스템이 국내 시장에서 기대만큼의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영국과 한국은 식료품 소비 방식이 다르고, 국내 신선식품은 상품의 크기와 형태가 다양하며 냉장 상품 비중도 높은 만큼 서구권과 다른 물류 환경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롯데마트는 자체 신선식품 소싱 역량과 오카도의 AI·로봇 기술을 결합해 국내 소비자 특성에 맞는 운영 방식을 구현한다는 전략이다.


당초 계획보다 센터 가동 일정이 늦어진 만큼 첫 센터의 성과는 향후 1조 원 규모 오카도 프로젝트의 방향을 가늠할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현재 롯데는 부산을 시작으로 전국에 CFC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대형마트 새벽배송 규제 완화 논의까지 현실화될 경우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인 제타 스마트센터의 활용도도 더욱 높아질 수 있다.


안전과 친환경 설계도 갖췄다. 센터에는 일반 물류센터보다 4배 이상 많은 방수량의 조기진압형 스프링클러(ESFR)와 1000톤 규모의 소방용수를 확보했다. 하이브 내부에는 아연합금 강판으로 제작된 보관 상자 '토트(Tote)'를 배치해 화재 확산을 막는 안전 구획을 구성했으며, 시스템이 토트 위치를 상시 관리한다. 상층부 로봇은 화재 발생 시 빈 공간으로 자동 이동해 피해를 최소화한다. 배터리 보관 구역에는 전용 소화기와 방화포를 배치했으며, 소방대원이 외부에서 직접 방수할 수 있는 소방 방수창도 설치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된 이미지


친환경 설비도 적용했다. 옥외 주차장에는 시간당 1900kW 규모의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해 연간 약 2400MWh의 전력을 생산한다. 이는 센터 전체 전력 사용량의 약 15%에 해당하며 연간 1000톤 이상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효과가 기대된다. 센터 운영과 배송을 통해 약 2000명의 지역 일자리도 창출할 예정이다.


차우철 롯데마트·슈퍼 대표이사는 "'제타 스마트센터 부산'은 롯데마트의 신선식품 노하우와 영국 오카도의 AI 로봇 물류 기술이 결합한 차세대 온라인 물류센터"라며 "부산과 영남권 400만 세대 고객에게 산지의 신선함을 정시 배송해 국내 온라인 장보기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계 최고 수준의 로봇 자동화 기술뿐 아니라 친환경 경영과 안전 관리, 2000여개의 지역 일자리 창출을 바탕으로 부산과 영남권 고객에게 신뢰받는 지속 가능한 미래형 물류센터의 모범 사례로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롯데마트는 '제타 스마트센터 부산'을 통해 오프라인에서 쌓아온 신선식품 경쟁력을 온라인으로 확장하고, 후발주자라는 약점을 AI와 로봇 기반의 자동화 물류 경쟁력으로 뒤집겠다는 구상이다. 신동빈 회장이 1조 원을 베팅한 오카도 프로젝트가 국내 온라인 그로서리 시장에서 어떤 성과로 이어질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