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셀프계산대가 단순히 '사람을 대신하는 결제 수단'에서 한 단계 진화하고 있다. 기존 설비를 대거 교체하거나 매장을 완전 무인화하는 대신, 인공지능(AI)을 접목해 셀프 결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빈틈을 줄이고 점포 운영 효율까지 높이는 방식이다.
11일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신세계아이앤씨와 함께 'AI 비전 기반 셀프 POS 결제 관리 솔루션'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이번 솔루션의 핵심은 기존 셀프 POS에 초소형 AI 카메라 한 대를 추가하는 것이다. 카메라가 셀프 POS 이용 과정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결제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고객이 자리를 떠나는 상황을 감지하면 화면에 결제 미완료 안내 메시지를 띄운다. 고객이 결제를 마무리할 수 있도록 즉시 안내해 결제 누락을 사전에 막는 방식이다.
기존 셀프계산대에서는 이용자가 상품을 스캔한 뒤 결제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하거나 결제를 마치지 않은 채 자리를 떠나는 경우 직원이 직접 확인하고 대응해야 했다. 특히 이용자가 몰리는 시간대나 야간에는 셀프 POS를 운영하면서도 직원이 결제 상황을 계속 살펴야 하는 부담이 있었다.
사진 제공 = BGF리테일
CU가 이번에 AI를 더한 것도 이 같은 셀프계산대의 '관리 공백'을 줄이기 위해서다. 고객 입장에서는 결제가 정상적으로 완료됐는지 즉시 안내받을 수 있어 이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편을 줄일 수 있고, 점포 입장에서는 직원이 일일이 셀프 POS를 확인해야 하는 부담을 낮출 수 있다.
특히 이번 기술은 기존 셀프 POS를 교체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점포 확장성이 높다. AI 연산 처리 기능을 갖춘 VPU(Video Processing Unit)가 탑재된 카메라가 자체적으로 영상을 분석하기 때문에 별도의 서버나 미니 PC가 필요 없다. 복잡한 시스템 연동 없이 카메라만 부착하면 적용할 수 있어 설치와 비용 부담도 낮췄다.
이 같은 방식은 편의점의 무인화 전략에도 변화를 줄 수 있다. 과거 편의점 업계가 무인점포 자체를 늘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최근에는 기존 점포의 운영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기술을 접목하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완전 무인점포는 인건비 절감 효과가 있지만 주류·담배 등 성인 인증이 필요한 상품 판매와 보안, 고객 응대 등의 문제로 확산에 한계가 있다. 실제로 국내 주요 편의점의 완전 무인점포 수는 크게 늘지 않고 있으며, 야간 시간대에만 무인으로 운영하는 하이브리드 점포가 주된 형태로 자리 잡고 있다.
사진 제공 = BGF리테일
현재 BGF리테일과 신세계아이앤씨는 지난 7월부터 강남 인근 한 CU 점포에서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오는 9월부터 다양한 입지의 CU 매장으로 시범 운영을 확대한다.
추가 테스트에서는 고객 동선과 결제 패턴, 체류 시간, 대기열 등 매장 이용 데이터를 다각도로 분석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셀프 POS의 결제 안정성을 높이는 동시에 실제 점포 운영을 개선할 수 있는 데이터를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셀프 POS가 단순히 직원 대신 고객이 결제하는 장비였다면, 앞으로는 AI를 통해 매장 운영을 보조하는 도구로 역할이 넓어질 수 있는 셈이다.
가맹점주 입장에서도 기대할 수 있는 변화가 있다. 셀프 POS를 활용하면 야간이나 피크타임에 결제 업무에 투입되는 인력을 줄이고 상품 진열과 매장 정리, 고객 응대 등 다른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 여기에 AI가 결제 미완료 상황까지 확인해주면 점주와 직원의 관리 부담을 추가로 낮출 수 있다.
사진 제공 = BGF리테일
편의점 업계가 AI를 매장 곳곳에 적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단순히 '무인화'를 확대하기보다 기존 점포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필요한 기능에 AI를 덧붙이는 방식이 비용과 운영 측면에서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GS25 역시 올해 가맹점 운영 최적화를 위해 AI 기반 자동 발주와 모바일 POS 등 인공지능 전환(AX) 솔루션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을 내놓은 바 있다.
BGF리테일은 앞으로도 AI 기반 서비스를 확대해 점포 운영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기술을 적극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박준용 BGF리테일 디지털혁신본부장은 "AI 기술은 단순 자동화를 넘어 고객 편의와 점포 운영 효율을 함께 높이는 리테일 핵심 경쟁력"이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AI 기반 서비스를 통해 스마트 리테일 환경을 지속 확대하고 점포 운영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기술을 적극 도입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