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 07일(금)

400살 상어·4000살 흑산호 비밀…해양생물로 '역노화' 도전

바다에 장수의 비밀이 숨어 있다. 그린란드 상어는 400년을, 흑산호는 무려 4천년을 살아간다. 해파리 중 일부 종은 이론적으로 노화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6일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제주바이오연구센터가 이처럼 지구에서 가장 오래 사는 동물들이 대부분 바다에 서식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박건후 박사 연구팀은 해양생물의 노화 저항성을 활용해 인간의 노화를 되돌릴 수 있는 해양소재 개발에 나섰다고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해수부의 '해양생물 유래 바이오소재 기반 노화 극복 기술개발 사업'의 지원을 받아 진행된다. 연구팀은 해양생물 기반 기능성 소재를 발굴하고, 진단 및 검증 체계를 구축해 노화 극복 기술을 실용화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해양생물 노화 저항성 연구한국해양과학기술원


연구팀이 주목한 '역노화' 기술은 기존의 항노화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항산화제처럼 노화를 늦추는 데 그치지 않고, 이미 늙은 세포를 젊고 건강한 상태로 되돌린다. 노화 자체에 개입해 근본적인 해결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차세대 바이오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해양생물이 가진 강인한 생명력이 역노화의 핵심 단서다. 해양생물은 DNA 복구 능력이 우수하고 대사 속도가 느리다. 재생 능력이 뛰어나며 고압과 고염분 등 극한 환경에서도 적응하는 독특한 생물학적 특성을 지닌다.


연구팀은 해양생물 추출물의 노화 억제 효과를 '메트포르민'과 비교 평가했다. 메트포르민은 당뇨병 치료제이자 노화 억제 연구에서 가장 활발히 다뤄지는 물질이다. 다만 당뇨병 환자를 위한 의약품이라 일반인의 장기간 복용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았고, 신장 기능 저하 시 부작용 우려가 있다.


역노화 예비 연구에서 확보한 연어 유래 후보 소재는 세포 수준에서 메트포르민보다 최대 56% 높은 노화 개선 효과를 보였다. 노화된 피부 조직에 연어 유래 후보 소재를 처리한 실험에서는 주름이 3.8배, 피부 탄력이 3.6배, 피부 치밀도가 2.9배 개선되는 결과가 나왔다.


수명이 긴 해양 동물한국해양과학기술원


다만 이는 세포와 조직 수준의 결과다. 실제 사람에게 적용하려면 동물실험과 안전성 검증 등 추가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연구팀은 확보한 후보 소재를 고도화하고, 역노화 해양 소재 라이브러리를 구축할 계획이다. 소재의 효능을 빠르게 판별하는 진단 센서를 개발하고, 그 결과를 수치로 제시하는 '역노화 지수'도 정립한다.


피부와 모발 건강을 개선하는 기능성 화장품과 상처 회복을 돕는 창상피복재 시제품 개발도 추진한다. 알츠하이머 치료 선도물질 발굴을 목표로 한 연구도 병행할 예정이다.


박건후 박사는 "40억 년이 넘는 시간을 품은 바다는 생물이 노화에 적응해 온 거대한 실험실"이라며 "해양 소재는 오랜 기간 인류가 섭취해 온 생물에서 유래해 인체 적용에 유리한 조건을 갖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