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사이언스 경영권 분쟁의 핵심 축인 '4자 연합'에 균열이 생겼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원이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의 주식 가압류를 인용하면서 그동안 논란이 됐던 우호지분 규모에도 변화가 확인됐다. 특히 그동안 행방이 불분명했던 일부 지분이 이미 시장에 매각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향후 경영권 경쟁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법원은 지난달 29일 임주현 부회장이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주식에 대해 가압류 결정을 내렸다. 신동국 회장이 "임 부회장이 주주 간 약속을 어겼다"며 신청한 100억원 규모의 가압류를 법원이 받아들인 것이다.
이번 결정의 배경에는 한미사이언스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만들어진 '4자 연합'이 있다. 당시 신동국 회장과 송영숙 회장, 임주현 부회장, 킬링턴 유한회사(라데팡스 파트너스)는 힘을 합쳐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각자가 가진 한미사이언스 주식의 의결권을 항상 함께 행사하기로 약속했다.
임주현(왼쪽) 한미약품그룹 부회장, 신동국(오른쪽) 한양정밀 회장 / 사진 = 각 사 제공
문제는 임 부회장이 자신이 보유한 지분 9.15% 가운데 2.7%를 에쿼티퍼스트 펀드와 환매조건부 거래를 하면서 발생했다.
환매조건부 거래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시 사오는 조건으로 주식을 넘기는 거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에쿼티퍼스트가 해당 주식을 다른 사람에게 팔지 못하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하지 않았고, 결국 펀드는 이 주식을 시장에 매각했다.
이 때문에 임 부회장은 2025년과 2026년 정기 주주총회에서 해당 2.7% 지분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했다. 신동국 회장은 이를 두고 "4명이 함께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한 약속을 어겼다"고 주장했고, 법원도 이를 받아들였다.
법원은 4자 연합은 서로가 가진 의결권을 모두 함께 행사한다는 신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만큼, 일부 지분이라도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된 것은 협약의 핵심 내용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번 결정으로 그동안 논란이던 에쿼티퍼스트 보유 지분의 행방도 확인됐다. 공시에 따르면 에쿼티퍼스트는 임주현 부회장(2.7%), 임종훈 대표(3.44%), 송영숙 회장(0.46%)으로부터 총 6.6%의 지분을 매입했는데, 이번 법원 결정을 통해 이 주식 대부분이 이미 시장에 매각된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 = 인사이트
이는 현재 경영권 구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최근 임종훈 대표가 나우아이비 펀드에 2.5% 지분을 매각한 뒤 송영숙 회장·임주현 부회장 측과 함께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일각에서는 모녀 측 우호지분이 41%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에쿼티퍼스트로 넘어갔던 6.6%가 이미 시장에 매각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실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모녀 측 우호지분은 약 34.4% 수준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신동국 회장 측은 한양정밀과 함께 약 35%의 지분을 확보한 상태다.
이에 따라 경영권 향방은 임종호 부사장 등 사촌들이 보유한 2.7% 지분이 어느 쪽으로 향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한편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나우아이비가 보유한 2.5% 지분을 별도 공시 없이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의 우호지분으로 분류하는 것은 공시의무 또는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현문화재단과 임성기재단 등 공익재단 보유 주식을 특정인의 우호지분으로 분류하는 것 역시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신동국 회장은 법무법인을 통해 "이번 일로 4자 연합에 본질적인 균열이 생겼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의 전문경영인 체제와 준법경영을 희망하며, 이를 실천하기 위해 올해 정기 주총 이후에는 이사회 참석 외에는 회사에 나가지 않고 사무실도 비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