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쏘시오그룹이 계열사 배당에 의존하는 순수 지주회사 체제를 벗어나 핵심 사업회사를 직접 품은 사업지주회사로 전환한다. 그룹의 대표 캐시카우인 동아제약의 안정적인 현금창출력을 지주회사 내부로 편입해 신사업 투자와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속도를 내기 위한 전략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3일 동아쏘시오홀딩스는 이사회를 열고 100% 자회사인 동아제약을 오는 10월 1일 흡수합병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신주를 발행하지 않는 소규모 무증자 합병 방식이며, 합병 후 존속법인의 사명은 소비자 인지도가 높은 '동아제약'으로 변경할 예정이다.
이번 합병은 2013년 지주회사 체제 전환 이후 13년 만에 이뤄지는 대대적인 지배구조 개편이다. 당시 동아쏘시오그룹은 기존 동아제약을 인적분할해 지주회사인 동아쏘시오홀딩스를 출범시키고, 전문의약품 사업은 동아에스티, 일반의약품과 컨슈머헬스케어 사업은 동아제약이 맡도록 재편했다. 사업별 전문성을 높이고 책임경영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하지만 연구개발(R&D)과 신사업 투자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제약·바이오 산업에서는 안정적인 투자 재원을 얼마나 신속하게 확보하고 배분하느냐가 기업 경쟁력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이에 따라 계열사 배당에 의존하는 순수 지주회사보다 핵심 사업회사를 직접 보유해 사업과 투자 기능을 함께 수행하는 사업지주회사 체제가 더 효율적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사진 제공 = 동아쏘시오홀딩스
핵심은 동아제약이 벌어들이는 현금을 지주회사가 직접 운용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박카스를 비롯한 일반의약품,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사업 등을 영위하는 동아제약은 그룹 내 대표적인 현금창출원이다. 지난해 그룹 연결 매출의 절반 이상을 책임졌고, 영업활동으로 약 1300억 원의 현금을 창출했다.
기존 순수 지주회사 체제에서는 이 같은 자금을 활용하기 위해 배당 절차를 거쳐야 했다. 실제 동아쏘시오홀딩스는 지난해 별도 기준 영업수익 886억 원 가운데 자회사 배당금이 721억 원으로 약 81%를 차지할 만큼 배당 의존도가 높았다. 이 때문에 투자 재원을 적기에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었고, 신사업 투자에도 시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합병이 완료되면 이러한 제약이 사라진다. 동아제약에서 창출한 현금이 지주회사 내부에 직접 편입되면서 그룹 차원의 투자 우선순위에 맞춰 보다 신속하고 유연하게 자금을 배분할 수 있게 된다. 단순히 현금을 더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안정적인 현금창출력을 미래 성장사업에 효율적으로 연결하는 구조를 갖추는 셈이다.
사진 제공 = 동아제약
동아쏘시오홀딩스는 확보한 자금을 바이오 위탁개발생산(CDMO) 계열사 비티젠 생산능력 확대와 용마로지스의 물류 인프라 구축, 중국 유통망 투자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신약 개발을 담당하는 동아에스티의 연구개발(R&D), 신사업, 인수합병(M&A), 글로벌 사업 확대 등 그룹 차원의 성장 투자도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합병은 최근 자본시장의 화두인 '지주회사 할인(홀딩스 디스카운트)'을 완화하려는 전략으로도 해석된다. 순수 지주회사는 자회사 지분을 보유하고도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핵심 사업회사를 직접 편입하면 사업 성과가 지주회사 실적에 반영돼 기업가치 재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비상장 자회사인 동아제약을 흡수하는 방식인 만큼 중복상장 논란을 피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이번 합병의 의미를 단순한 조직 통합보다 자본 운용 방식의 변화에 두고 있다. 13년 전 인적분할이 사업별 전문성과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선택이었다면, 이번 합병은 그룹이 창출하는 현금을 지주회사에서 직접 관리·운용하며 연구개발(R&D)과 신사업 투자에 신속하게 투입하기 위한 체질 개선이라는 평가다. 향후 사업지주회사 전환의 성패는 동아제약의 안정적인 현금창출력을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얼마나 효율적으로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