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은 6월부터 기승을 부리고 열대야는 9월까지 계속되면서 '처서가 지나면 더위가 꺾인다'는 옛 속설이 이제는 통하지 않게 됐다.
24일 기상청은 1973년부터 2025년까지 전국 66개 기상관측지점의 폭염·열대야 발생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과거 10년(1973~1982년)과 최근 10년(2016~2025년)을 대조 분석한 결과 폭염과 열대야 발생 일수가 대폭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여름철 무더위가 시작되는 시점은 빨라지고 끝나는 때는 늦춰지면서 여름 기간 자체가 늘어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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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의 시작 시기는 과거에 비해 크게 앞당겨졌다. 최근 10년간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폭염이 과거보다 10~30일 일찍 찾아왔다.
과거에는 7월에 주로 나타났던 폭염이 최근에는 6월 중·하순부터, 일부 지역은 6월 상순부터 시작되고 있다. 종료 시점은 반대로 10일 정도 늦어져 폭염이 더 오랜 기간 지속되는 패턴을 보였다.
열대야 현상은 더욱 심각하다. 최근 10년 열대야는 과거에 비해 5~15일 빨리 시작하고 끝나는 시점은 10~20일 늦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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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안과 제주 지역에서는 낮 기온이 떨어진 뒤에도 9월 상순까지 열대야가 이어지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지난해에는 강릉·광주·대전 등 21개 지점에서 관측 사상 가장 이른 열대야가 발생했고, 서귀포는 10월 13일 역대 가장 늦은 열대야를 기록했다.
처서는 8월 23일 전후에 들어 더위가 물러나기 시작하는 24절기 중 하나다. 이 시기가 지나면 무더위가 누그러진다는 의미로 '처서 매직'이라는 표현까지 생겼지만, 최근에는 9월까지 열대야가 계속되면서 이런 말이 무의미해지고 있다.
무더위의 강도 역시 더 강해졌다. 최근 10년 전국 평균 폭염일수는 18.3일로 과거 10년 평균 8.3일의 2.2배에 달했다.
열대야는 12.2일로 과거 4.1일의 약 3배로 급증했다. 지난해 전국 평균 열대야일수는 24.5일을 기록해 관측 이래 최고치를 찍었다. 낮의 폭염과 밤의 열대야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국민들이 느끼는 여름의 고통이 더욱 커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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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은 기후변화를 이런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기온이 상승하면서 북태평양고기압이 평년보다 일찍 확장하고 오래 머물러 폭염 시작 시기가 빨라졌다는 분석이다. 또 주변 해역의 해수면 온도가 높아져 밤에도 기온이 쉽게 내려가지 않으면서 열대야가 늦은 시기까지 지속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기상청은 여름철이 길어진 만큼 폭염 대응 체계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온열질환 예방과 취약계층 보호는 물론 전력 수급 관리, 농축수산업 피해 대책 등을 더 긴 기간을 염두에 두고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선 기상청장은 "최근 폭염과 열대야의 발생 시기가 앞당겨지고 늦게까지 이어지면서 국민이 체감하는 여름철 더위 기간도 길어지고 있다"며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적 분석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해 실효성 있는 기후위기 대응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