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1월 투자회의서 SM 인수 반대 입장 밝혀"
하이브 협력 반대 뒤 지분 확보 검토...원아시아 공모설도 반박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 측이 SM엔터테인먼트 인수에 당초 반대했다는 사실을 항소심 법정에서 다시 꺼냈다. 시세조종을 지시하거나 사모펀드 운용사와 사전에 공모하지 않았다는 1심 무죄 논리도 유지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창업자와 홍은택 전 카카오 대표,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등 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 전현직 경영진은 전날(22일) 서울고등법원 형사4-1부 심리로 열린 자본시장법 위반 사건 항소심 2차 공판에 출석했다. 이날 공판은 피고인 측 구술변론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검찰은 김 창업자 등이 2023년 2월 하이브의 SM엔터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원아시아파트너스 등과 공모했다고 보고 있다. 카카오 측이 약 1100억원을 투입해 SM엔터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인 주당 12만원보다 높게 유지하려 했다는 것이 공소사실의 골자다.
김뻠수 카카오 창업자 겸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 / 뉴스1
김 창업자와 카카오 전현직 경영진, 카카오 법인은 지난해 10월 1심에서 시세조종 등 주요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은 1심 재판부의 사실관계와 법리 판단에 오류가 있다며 항소했다.
"1월 투자회의서 인수 반대"...하이브 입장문 뒤 방향 바꿔
김 창업자 측은 카카오가 처음부터 SM엔터 경영권 인수를 추진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카카오와 SM엔터가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은 맞지만 지분 인수는 최초 계획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변호인단은 2023년 1월30일 열린 카카오그룹 투자테이블 회의에서 김 창업자가 SM엔터 인수에 반대했다고 밝혔다. 당시 카카오는 사업 확장과 사회적 책임을 둘러싼 비판을 받았고 김 창업자도 추가 인수에 부담을 나타냈다는 것이다.
변호인은 "김범수 창업자는 카카오가 문어발식 사업 확장과 사회적 약탈 기업이라는 비판을 받고 국정감사 증인으로도 여러 차례 채택된 상황에서 SM엔터 인수에 반대하는 입장을 냈다"고 말했다.
카카오 측이 지분 인수 검토로 방향을 바꾼 시점은 같은 해 2월24일이다. 이수만 SM엔터 창업자의 지분을 인수한 하이브가 카카오와 SM엔터의 사업 협력에 반대하는 입장문을 내면서 기존 협력 구도를 유지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 변호인 측 주장이다.
김 창업자 측은 SM엔터와의 사업 협력을 유지하고 하이브와 대등한 의사결정권을 확보하기 위해 지분 인수를 검토했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2월27일 대응 입장문을 발표한 뒤 하이브의 공개매수 마지막 날인 2월28일 SM엔터 주식을 장내에서 매수했다.
변호인단은 이 같은 의사결정 경위가 김 창업자가 처음부터 SM엔터 인수를 지시하거나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저지하기 위해 매수를 계획했다는 검찰 주장과 배치된다고 맞섰다.
원아시아 공모·굿즈 사업권 대가설도 부인
김 창업자 측은 원아시아파트너스와의 시세조종 공모 혐의도 부인했다. 원아시아파트너스가 SM엔터 주식이 저평가됐다는 자체 판단에 따라 매수에 나섰으며 카카오와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사전 합의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원아시아파트너스가 취득한 SM엔터 지분을 카카오가 추후 블록딜로 인수하고 그 대가로 굿즈 사업권을 제공하기로 했다는 검찰 주장도 반박했다. 변호인 측은 지분 인수와 사업권 제공을 교환하기로 한 객관적인 자료가 제시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피고인 측 변론에 대한 반박 의견서와 추가 증거자료를 재판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다음 공판은 오는 8월26일 열린다.
재판과 별도로 카카오 일부 계열사에서는 임금과 성과보상 체계를 둘러싼 노사 교섭이 진행되고 있다. 카카오뱅크 노조는 오는 31일 성과급 지급 기준과 연봉 인상률 등을 놓고 전일 연차파업에 나설 예정이다.
카카오 본사와 디케이테크인, 엑스엘게임즈 노조도 지난달 두 차례 파업을 진행했다. 카카오 노조는 본사 교섭이 중단된 상태라며 사측이 교섭에 복귀하지 않을 경우 추가 단체행동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 창업자의 형사재판과 계열사 노사 교섭은 각각 별도 절차로 진행되고 있다. 김 창업자 측은 다음 달 공판에서도 SM엔터 지분 인수의 의사결정 과정과 원아시아파트너스와의 관계를 놓고 검찰 측 주장에 맞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