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23일(목)

치매 치료 길 열린다... 국내 연구진, 뇌 노폐물 배출하는 '첫 관문' 세계 최초 규명

국내 연구팀이 뇌 속 노폐물을 배출하는 뇌척수액의 첫 번째 관문을 찾아냈다. 노화로 좁아진 이 통로를 유전자 치료로 되돌릴 수 있다는 가능성도 함께 제시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기초과학연구원(IBS) 혈관 연구단 고규영 단장 연구팀이 뇌척수액이 뇌를 감싸는 지주막을 지나 뇌막 림프관으로 들어가는 핵심 통로를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고 21일 발표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셀'에 22일 실렸다.


뇌척수액은 뇌를 외부 충격으로부터 지키면서 동시에 뇌에서 생긴 노폐물을 몸 밖으로 실어 나른다. 이 배출 기능이 약해지면 아밀로이드 베타 같은 신경독성 단백질이 쌓여 알츠하이머병 등 퇴행성 뇌질환이 생길 수 있다.


0002806087_002_20260722000215040.jpg기초과학연구원 제공


연구팀은 림프관이 형광으로 빛나는 생쥐와 3차원 영상 기술, 주사전자현미경 등을 이용해 뇌와 코가 만나는 경계인 후각망울 주변을 들여다봤다.


그 결과 후각망울을 둘러싼 지주막에 평균 지름 약 4.5마이크로미터(㎛)의 미세한 구멍이 빽빽하게 퍼져 있다는 점을 확인하고 이를 '지주막 소창'이라고 이름 붙였다. 영장류의 지주막에서도 비슷한 구조가 발견됐다.


형광 추적물질을 사용한 실험에서는 뇌척수액이 지주막 소창을 지나 뇌막 림프관에 흡수된 뒤 코 안의 림프관과 목 부위 림프절로 옮겨가는 과정이 확인됐다. 뇌척수액이 뇌막을 벗어나 림프계로 들어가는 전체 경로가 처음으로 밝혀진 것이다.


늙은 생쥐는 젊은 생쥐보다 지주막 소창의 크기와 개수가 약 50~60%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후각망울 주변의 뇌막 림프관은 58%, 림프관과 후각신경이 통과하는 사골판 중앙부 구멍의 면적은 64% 감소했다. 이런 구조적 퇴화와 함께 뇌척수액 배출 기능도 떨어졌다.


NISI20260721_0002191936_web.jpg과기정통부 제공


연구팀은 늙은 생쥐의 코 점막에 림프관 생성을 돕는 VEGF-C 유전자를 바이러스 벡터로 넣어줬다. 지주막 소창 자체는 회복되지 않았지만 후각망울 주변 뇌막 림프관이 2~3배 늘어나 배출 경로가 다시 넓어졌고 배출되는 뇌척수액의 양도 젊은 생쥐 수준으로 회복됐다.


다만 이번 치료 효과는 생쥐 실험에서 확인된 것으로, 사람에게 적용하려면 인체 조직 연구와 안전성·유효성 검증이 추가로 필요하다. 연구팀은 앞으로 지주막 소창이 퇴행성 뇌질환에서 어떻게 변하는지와 VEGF-C 치료가 인지기능 저하 및 질환 진행을 늦출 수 있는지를 연구할 계획이다.


고규영 단장은 "뇌 노폐물 배출의 시작점부터 목 림프절에 이르는 연결 구조를 통합적으로 이해할 기반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홍선표 연구위원은 "인체 조직을 이용한 연구로 확장하고 다양한 퇴행성 뇌질환에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 전략을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