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합의한 성과급 재원·10년 유지 원칙은 그대로
자사주 지급 비중·직원 선택권·주식 조달 방식은 미확정
SK하이닉스가 연간 영업이익의 10%를 재원으로 지급하는 초과이익분배금(PS)에 자사주를 포함하는 방안을 올해 임금·단체협상 테이블에 올렸다. 지난해 노사가 확정한 성과급 재원과 10년 유지 원칙은 건드리지 않고, 현금 중심이던 지급 수단을 주식까지 넓히는 안이다.
18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 14일 열린 제3차 임단협 교섭에서 PS 일부를 자사주로 지급하는 방안을 노조 측에 제시했다. 교섭 과정에서는 전체 PS의 절반가량을 주식으로 지급하는 방안도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주식 지급 비중과 대상, 직원 선택권, 처분 제한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다.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를 활용할지 시장에서 주식을 추가로 매입할지도 공개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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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노사는 지난해 PS 지급 상한을 없애고 매년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사용하기로 합의했다. 개인별 산정액의 80%는 해당 연도에 지급하고, 나머지 20%는 이후 2년에 걸쳐 매년 10%씩 지급한다. 이 기준은 앞으로 10년간 유지하기로 했다.
당시 잠정합의안은 노조 대의원 투표에서 95.4%의 찬성률로 통과됐다. 영업이익이 늘면 직원 몫도 함께 커지는 구조를 장기간 유지하기로 한 것이다.
이번 임단협에서 사측이 꺼낸 안은 영업이익의 10%라는 재원 기준이 아니라 지급 수단을 바꾸는 내용이다. 성과급 일부를 회사 주식으로 지급해 임직원 보상과 회사 가치의 연결 고리를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직원 선택형 프로그램서 기본 지급수단으로 확대 검토
SK하이닉스는 현재 직원이 원할 경우 PS의 10~50%를 자사주로 받을 수 있는 '주주참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주식을 1년 이상 보유하면 매입 금액의 15%를 현금으로 추가 지급한다.
기존 프로그램은 직원이 참여 여부와 주식 수령 비율을 직접 고르는 방식이다. 올해 교섭에서는 자사주를 PS의 기본 지급 수단 가운데 하나로 포함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직원별 선택권을 그대로 둘지, 일정 비율을 공통으로 적용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주식을 받은 뒤 곧바로 처분할 수 있도록 할지, 일정 기간 매각을 제한할지도 협상 대상이다.
성과급 규모가 과거보다 커진 점도 지급 방식 논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는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이 265조원 안팎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망대로라면 영업이익의 10%인 약 26조5000억원이 PS 재원이 된다.
직원 수로 단순 환산하면 1인당 평균 7억원을 웃도는 규모다. 실제 지급액은 개인별 임금과 평가, 노사 합의에 따른 세부 산식에 따라 달라진다.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매출 52조5763억원, 영업이익 37조6103억원을 기록했다. 분기 말 현금성 자산은 54조3000억원, 순현금은 35조원이었다.
반도체 설비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회사는 M15X 가동 확대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인프라 구축,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확보 등에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자사주 지급이 회사의 현금 지출에 미치는 영향은 주식 조달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 보유 자사주를 활용하면 당장 지급하는 현금은 줄어든다. 시장에서 주식을 새로 사들이면 매입 시점에 자금이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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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말 기준 자사주 165만여주를 보유하고 있다. PS 가운데 상당 부분을 주식으로 지급할 경우 기존 보유분만으로 충당할 수 있는지 확인되지 않았다.
경쟁사인 삼성전자도 올해 반도체 부문의 특별경영성과급을 주식으로 지급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삼성전자 노사는 반도체 사업 성과의 10.5%를 재원으로 삼아 세후 성과급을 자사주로 지급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삼성전자는 지급 주식의 3분의 1을 즉시 처분할 수 있도록 하고, 나머지는 각각 1년과 2년 뒤 매각할 수 있도록 했다. SK하이닉스는 처분 시점과 장기 보유 인센티브를 아직 제시하지 않았다.
현금 수요 큰 직원들 반발...선택권이 협상 쟁점
사내에서는 주택 구입이나 전세보증금 증액, 대출 상환 등을 앞둔 직원들을 중심으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성과급 지급 시기에 맞춰 현금 사용 계획을 세운 경우 주식 지급 비중에 따라 자금 계획을 다시 짜야 하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의 한 직원은 "대기업에 다니더라도 대출 규제와 금리 부담 속에서 현금 흐름 관리가 절실하다"며 "성과급 지급 방식과 관련한 내용이 계속 바뀌어 전해지면서 직원들의 피로감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주식으로 성과급을 받으면 지급 시점의 주가에 따라 보상액이 정해지고, 이후 주가 변동에 따라 실제 현금화 금액도 달라진다. 세금 납부 시점과 주식 처분 시점이 어긋날 가능성도 노조가 제기하는 문제다.
노조는 지난해 합의한 성과급 구조를 바꾸려면 직원 선택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조 측은 최근 교섭 이후 "회사가 제시한 성과급 안은 지난해 노사가 마련한 합의의 취지와 기본 방향을 훼손하는 수준"이라며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아직 협상 초기 단계라는 입장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여러 방안을 놓고 논의 중인 단계로 확정된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노사는 후속 교섭에서 자사주 지급 비중과 직원 선택권, 처분 제한 조건을 다시 논의할 예정이다. 성과급 지급에 필요한 주식을 기존 자사주로 충당할지, 추가 매입에 나설지도 공개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