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초과이익 배분을 둘러싸고 미래 투자를 강조하는 산업통상부 장관과 공정한 분배를 통한 사회계약을 주장하는 고용노동부 장관이 정면으로 대립했다.
지난 15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서울 여의도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에서 개최된 'AI 시대의 기업 투자와 노동의 미래' 토론회에서 "한 시대의 횡재가 다음 시대의 경쟁력으로 이어지지 못하면 그 부는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며 "오늘 우리 반도체 산업이 거두고 있는 막대한 이익 역시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 뉴스1
김 장관은 "AI 혁명의 시대에는 기업 이익을 미래를 위한 투자로 바꿔야 한다"고 제안하며, 1970년대 영국이 북해 유전 개발로 얻은 막대한 부를 단기 소비와 재정 지출에 집중했다가 제조업 경쟁력 상실을 초래했던 '자원의 저주'를 대표적 반면교사 사례로 제시했다.
이어 "지금의 이익을 일시적인 성과로 소비할지, 아니면 AI 시대를 준비하는 새로운 투자로 연결할지가 대한민국 산업과 우리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김 장관은 구약성경 속 요셉의 이야기를 인용해 풍년이 들었을 때 흉년을 대비해 곡식을 모아두어야 생존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풍년을 당연하게 생각했던 나라들은 흉년이 왔을 때 요셉과 이집트에 무릎을 꿇고 곡식을 빌려야 했다"며 "오늘의 이익은 내일의 반도체 공장, AI 데이터센터,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개발(R&D)과 인재 양성에 투입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노사 관계와 관련해서도 "누가 더 많이 가져갈 것인가를 경쟁하는 문화가 아니라 어떻게 함께 더 크게 성장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 / 뉴스1
이러한 산업부의 기조는 바로 전날인 지난 14일 고용노동부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나온 김영훈 노동부 장관의 입장과 확연한 온도 차를 보인다.
당시 김영훈 장관은 "천문학적인 AI 성과는 우리 사회가 함께 만들어낸 이익의 총량"이라며 "AI 시대에 맞는 인간을 위한 새로운 사회계약이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김영훈 장관은 "공정한 분배가 다시 건강한 재투자로 이어져 상생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만드는 것이 사회계약의 요체"라며 분배의 선순환을 주장했다.
두 부처 장관이 초과이익 배분 문제를 두고 이견을 노출한 국면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5월 김영훈 장관이 기자간담회에서 대기업 초과이익의 사회적 분배를 위한 사회적 대화를 제안하자, 이틀 뒤 김정관 장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지금은 반도체 산업이 만들어내는 이윤을 미래를 위한 생산적 재투자로 연결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시간"이라며 집중 투자의 시급성을 제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