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14일(화)

외국인 매물 받아내던 개미들, 실탄 떨어졌나... 예탁금 30조원 빠졌다

"더는 못버티겠다." 코스피가 심리적 방어선인 7,000선마저 무너뜨리자 개인 투자자들이 극심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한 투자자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하루에 지수가 10% 빠지는게 말이 되나. 한번만 반등하면 싹 팔고 미장간다"며 분노를 토로했다.


지난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의 투자 여력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들어(1~10일) 코스피 시장에서 개인의 하루 평균 순매수액은 1조1,69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달 하루 평균 순매수액 2조191억원과 비교하면 42%를 넘게 감소한 수치다.


인사이트13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종가가 나오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거래일 대비 669.01포인트(8.95%) 하락한 6806.93, 코스닥은 전일 대비 38.07포인트(4.55%) 하락한 799.36로 마감했다. 삼성전자는 10.7% 급락한 254,500원에, SK하이닉스 15.37% 급락한 1,84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2026.7.13/뉴스1


투자 대기자금으로 평가되는 투자자예탁금 감소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달 말 136조원대였던 투자자예탁금은 최근 112조원대로 떨어졌다.


불과 한 달 사이 30조원이 증발한 셈이다. 지난 9일 기준으로는 107조원대를 기록하며 110조원선마저 깨졌다. 투자자예탁금이 110조원 밑으로 내려간 것은 지난 4월 8일 이후 처음이다.


증권사 계좌에 입금돼 주식 매수를 기다리는 대기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이 줄어든다는 것은 그동안 외국인 매물을 받아내며 국내 증시를 지탱해온 개인 투자자들의 탄약이 바닥나고 있다는 의미다.


'빚투'(빚내서 투자) 지표인 신용거래융자 잔고도 동반 하락세를 보인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전장보다 1조596억원 줄어든 35조5,739억원을 나타냈다. 코스피가 지난달 22일 종가 기준 역대 최고치(9,114.55)를 찍은 뒤 큰 폭 하락을 이어가면서 신용융자거래 잔고도 함께 감소하고 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변동성 장세에 지친 개인투자자들은 미국 증시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1~9일)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순매수액은 8억9779만 달러(1조3518억원)를 기록했다. 불과 7거래일 만에 지난달 전체 순매수액인 6억3295만 달러를 넘어선 것이다.


올해 정부는 고환율 방어 차원에서 해외주식을 팔고 국내로 복귀하면 비과세 혜택을 주는 '국내시장 복귀계좌'(RIA)를 내놨지만 매수세는 오히려 줄어드는 양상을 보였다. 올해 1월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순매수 규모는 50억298만달러에 달했으나 100% 공제를 받을 수 있는 마지막 달인 5월에는 9억3977만달러까지 순매도세가 확대됐다.


세제 혜택이 축소된 6월부터 매수 심리가 되살아나기 시작했고, 이달 들어서는 가속도가 붙는 모습이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흥미로운 점은 미국으로 향한 서학개미의 투자 방향이 반도체에 집중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달 들어 순매수 규모가 가장 큰 종목은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스 불 3X(SOXS)' ETF로, 7억6760만 달러(1조1,494억원)가 매수됐다. 이 상품은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의 일일 수익률을 3배로 추종하는 ETF다.


한때 9300선까지 치솟았던 코스피 지수가 고점 대비 20% 이상 급락하면서 투자자들의 공포가 커지고 있다. 증권가는 이달 말 발표될 미국 빅테크 실적을 '9천피' 회복의 최대 변수로 주목하고 있다. 견조한 이익과 AI 투자 규모 확인이 주가 회복의 열쇠라는 분석이다.


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7월 말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AI 데이터센터 운영사) 실적 발표 시기가 국내 증시와 반도체 업종에 대한 투자심리를 반등시킬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이벤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