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대작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스파이더맨4)가 등급 심의도 받지 않은 채 예매를 강행했다가 전격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소니 픽쳐스가 배급을 맡은 이 작품은 정부 할인권을 선점하기 위해 정상 절차를 무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오는 29일 개봉 예정인 스파이더맨4는 8일 예매를 시작했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예매 개시 사흘 만에 1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모으며 실시간 예매율 2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영화진흥위원회는 10일 오후 2시 예매 중단 조치를 내렸다.
영화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
소니 픽쳐스는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상영 등급 심의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예매를 시작했다. 문제는 예매 개시일이 문화체육관광부와 영진위가 영화관람료 6000원 2차 할인권을 배포하는 날과 정확히 일치했다는 점이다. 2차 할인권 배포 규모는 약 205만 장으로 전해진다.
영화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여름 극장가 흥행작들 간 할인권 선점 경쟁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15일 개봉하는 나홍진 감독의 '호프'가 예매율 상승세를 보이고, 8월 5일 개봉 예정인 '오디세이'가 등급 심의를 마치고 정상 절차에 따라 예매에 나서자 스파이더맨4가 서둘러 무리수를 뒀다는 지적이다.
한 영화 제작사 대표는 "국내 제작사였다면 등급 심의도 받지 않은 채 예매를 진행하는 일은 상상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관람등급은 관객과의 최소한의 약속인데 할인권 선점을 위해 규정을 무시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영화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
독립영화 배급 관계자는 "중소 영화들은 개봉 직전까지 스크린 확보에 매달리는데 대형 영화는 등급 심의도 끝나기 전에 예매와 할인권을 선점했다"며 "공정하게 경쟁할 기회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화계 안팎에서는 이번 사태를 두고 대형 상업영화 중심으로 기울어진 극장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로 바라보고 있다. 거대 자본을 앞세운 직배사의 변칙 개봉이 공정 경쟁 질서를 위협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