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규제지역 이어 비규제지역까지 3억 상한
KB 목표 소진율·예상 감축액·해제 조건 안 밝혀...기존 계약자 경과조치도 빠져
KB국민은행이 주택구입자금대출 최대한도를 6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췄다. 수도권과 규제지역뿐 아니라 별도의 금액 상한이 없던 비규제지역에도 3억원 한도를 새로 적용했다.
국민은행은 가계대출의 안정적 관리와 가계여신 포트폴리오 조정을 이유로 들었지만, 정부 상한의 정확히 절반인 3억원을 택한 산식과 예상 대출 감소액은 공개하지 않았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사진 = 인사이트
국민은행은 지난 8일 주담대 한도 축소 방침을 알렸다. 조치는 이틀 뒤인 10일부터 시행됐다. 국민은행이 3억원 상한을 언제부터 검토했고 최종 결정이 어떤 내부 회의체를 거쳤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정부 6억보다 더 센 3억...산정 기준은 안 밝혀
한도는 주택 가격에 따라 달라진다. 수도권·규제지역의 15억원 이하 주택은 기존 6억원에서 3억원으로 줄었다. 15억원 초과 25억원 이하 주택은 4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아졌다. 25억원 초과 주택은 기존 2억원 한도가 유지된다. 비규제지역에는 주택 가격과 관계없이 3억원 상한이 생겼다.
집단대출 가운데 중도금·이주비·잔금대출과 기금대출, 보금자리론, 전세사기 피해자 구입·경락잔금대출 등은 적용 대상에서 빠졌다. 은행 자체 재원으로 내주는 생애최초 주담대에는 3억원 한도가 그대로 적용된다.
국민은행은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한도 축소 배경으로 제시했다. 실제 5대 은행의 지난 9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48조3607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3조3907억원 늘었다. 5대 은행이 금융당국에 제출한 올해 증가 목표 약 4조3400억원의 78.1%에 해당한다. 5곳 가운데 3곳은 개별 목표를 이미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지만 해당 은행은 공개되지 않았다.
국민은행의 자체 목표 대비 소진율도 알려지지 않았다. 3억원 상한을 적용하면 줄어드는 대출 규모와 영향을 받는 고객 수, 수도권과 비규제지역에 같은 한도를 적용한 근거도 공개하지 않았다. '별도 안내 시까지'라는 적용 기간만 제시했을 뿐 한도를 다시 높이는 정량적 기준도 밝히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국민은행 관계자는 "산정 근거는 내부 자료여서 통상적으로 공개하지는 않아 왔다"라면서 "주담대 대출이 워낙 급증하다보니 한도를 줄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계약자도 접수일 기준...경과조치 빠져
새 한도는 매매계약일이 아닌 대출 서류 접수일을 기준으로 적용됐다. 한도 축소 전에 주택 매매계약을 맺었더라도 9일까지 대출 서류를 접수하지 못한 차주는 3억원 상한을 적용받는다. 발표일부터 시행일까지 주어진 시간은 이틀이었다. 공개된 안내에는 기존 계약자에 대한 별도의 경과조치가 포함되지 않았다.
잔금일이 멀어 은행의 대출 접수 가능 기간이 열리지 않은 고객은 시행 전 서류를 낼 수 없다. 기존에 6억원을 전제로 자금계획을 짰더라도 신청 시점에 따라 한도가 최대 3억원 줄어드는 구조다. 국민은행이 기존 계약자의 계약금 손실이나 잔금 미납 가능성을 사전에 검토했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국민은행은 앞서 모기지신용보험·보증 가입을 제한하고, 다른 은행의 신용대출을 갚는 조건으로 국민은행에서 다시 대출받는 상품도 축소했다. 지난달에는 주담대 우대금리 쿠폰 제공도 끝냈다. 주담대 한도와 금리를 동시에 조정한 셈이다.
한편 정치권에서도 기존 계약자 보호 문제가 제기됐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13일 "주택대출을 반토막 낸 KB국민은행은 차라리 'JM재명은행'으로 간판을 바꾸라"고 비판했다. 안 의원은 대출 규제 변경 시 사전예고와 경과조치를 의무화하고 생애최초·무주택 실수요자를 대출 총량 규제에서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