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코스피 지수가 직전 기간 대비 약 2배 가까이 급등하는 유례없는 상승장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투자자들은 역대 가장 빠른 속도로 국내 주식을 처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올해 1~6월간 한국을 비롯해 대만, 인도,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필리핀 등 아시아 주요 7개국 증시에서 총 1373억 6000만달러 규모의 자금을 회수했다. 이는 런던증권거래소그룹이 관련 데이터 집계를 개시한 2010년 이후 반기 기준 최대 규모의 순유출이다. 특히 자금 이탈 타격이 집중된 곳은 한국과 대만으로, 한국 시장에서만 708억달러가 빠져나갔고 대만 역시 296억달러의 유출세를 기록했다.
글로벌 자금의 대거 이탈 배경에는 역설적으로 상반기 국내 증시의 강한 랠리가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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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와 대만 가권지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TSMC 등 인공지능 반도체 대형주들의 급등에 힘입어 각각 두 배 안팎과 62%의 상승률을 보였다.
지수가 단기 급등하자 외국인 투자자들은 6월 한 달간 한국 시장에서 126억 3000만달러어치를 매도하는 등 아시아 시장 전반에서 자금 회수에 속도를 냈다.
뱅크오브뉴욕멜론의 분석 결과를 보면 한국 주식 매도를 주도한 주체는 뮤추얼펀드로 75억달러를 순매도했으며 연기금과 헤지펀드도 각각 43억 5000만달러, 18억 7000만달러어치를 팔아치웠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를 한국 증시에 대한 외면이라기보다는 주가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과 포트폴리오 자산 재배분 과정으로 보고 있다.
특정 첨단 기술 기업들의 시가총액 비중이 비대해지자 펀드 내 단일 종목 및 특정 업종의 쏠림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기계적으로 비중을 줄였다는 설명이다. "아시아 시장에서는 두 개의 시장과 한 개의 업종만 유독 뛰어난 성과를 내고 있어, 결국에는 균형을 맞춰야 하는 시점이 온다"는 조슈아 크랩 로베코 아시아·태평양 주식 부문 책임자의 지적이 이를 뒷받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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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일각에서는 인공지능 관련 기술주 상승세의 가장 가파른 국면이 통과했다는 신호로 이번 자금 이동을 해석한다.
인프라 수요는 견조하지만 단기 과열에 따른 밸류에이션 부담으로 투자자들이 한층 신중해졌다는 진단이다.
케리 크레이그 JP모건자산운용 글로벌 시장전략가는 "투자자들이 기술주 비중이 과도한지 재평가하는 한편 방산·재생에너지 등으로 분산투자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 역시 투자 기류가 검증된 인공지능 대장주에서 공급망 전반이나 동남아시아 등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소외 지역으로 분산되는 추세라고 보도했다. 다만 금융 전문가들은 대규모 유출 자금이 단기간 내에 다시 아시아 증시로 복귀할 가능성은 낮으며, 자본의 상당수가 본국으로 환수되거나 다른 글로벌 자산군으로 재배치됐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국내 증시 내부적으로는 지난 5월 도입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단일 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변동성을 키우며 외국인의 자금 이탈과 시장 지배력을 심화시켰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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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 수익률의 2배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로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몰리자, 본주 자체의 수급 기반이 취약해진 틈을 타 외국인이 알고리즘 매매로 지수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실제로 코스피의 기대를 반영하는 변동성 지수는 현재 75.95를 기록하며 최근 1년 사이 251% 폭등했다. 이는 과거 코로나19 확산기 당시의 최고치인 48.55를 웃도는 수치다. 주가 상승 시 매수하고 하락 시 매도해야 하는 레버리지 상품의 구조적 특성이 시장의 진폭을 인위적으로 확대하고 있으며, 자금 운용 방향이 투명하게 노출되는 국민연금의 정형화된 움직임 또한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대응하기 쉬운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