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MZ세대 사이에서 명품 브랜드 로고를 내세우는 과시형 소비가 급격히 줄어들고, 대신 마음의 평안과 행운을 찾는 '영적 소비'가 새로운 흐름으로 떠오르고 있다. 불안정한 취업 시장과 경기 침체, AI 기술의 빠른 확산이 미래 불확실성을 키우면서, 정서적 안정을 주는 소비에 젊은층이 지갑을 열고 있다.
최근 미국 CNN은 '로고는 잊어라, 중국 젊은이들은 영적인 사치를 원한다'(Forget logos, young people in China want 'spiritual' luxury)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중국 젊은 세대의 소비 패턴 변화를 다뤘다. 매체는 "중국 MZ세대를 대표하던 로고 열풍이 막을 내렸다"며 브랜드 과시보다 정서적 가치를 우선하는 소비가 자리 잡았다고 보도했다.
난징에 사는 대학생 A씨는 "예전엔 옷과 신발, 액세서리 모두 유명 브랜드를 선택했다"며 "처음엔 나이키와 아디다스를 샀고, 나중엔 구찌와 발렌시아가로 옮겨갔다"고 말했다. 하지만 2022년 대학에 입학한 뒤 그는 "작은 소품이나 봉제 인형, 향수, 여행처럼 정서적 가치를 전하는 것에 더 많이 쓴다"며 "새로운 경험이나 독특한 개성을 담은 물건을 선호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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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를 찾는 소비가 확산되면서 행운을 부른다는 수정 팔찌와 풍수 액세서리도 인기를 모은다.
자신의 기운과 맞는 천연석을 착용하면 운이 좋아진다는 믿음이 젊은층 사이에서 퍼지며 관련 시장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싱가포르 중국어 매체 연합조보가 전자상거래 자료를 인용한 바에 따르면 2024년 중국의 수정 팔찌 판매량은 전년 대비 320% 급증했다.
명품 소비 방식도 달라졌다. 중국 SNS에서는 까르띠에의 '저스트 앵 끌루' 팔찌를 액운을 막는 아이템으로, 티파니앤코의 'T' 팔찌를 취업운을 높이는 아이템으로 보는 게시물이 퍼지고 있다. 명품을 사더라도 브랜드를 과시하기보다 행운이나 심리적 의미를 부여하는 소비가 늘고 있다는 뜻이다.
영적 경험을 찾는 움직임도 뚜렷하다. 쓰촨성의 불교 성지 어메이산(아미산)을 비롯해 전국 각지의 사찰을 찾는 발길이 이어지고, 명상과 웰니스 프로그램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어메이산은 중국 불교의 성지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요즘 젊은층 사이에서 힐링 여행지로 주목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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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컨설턴트 B씨는 독실한 종교인은 아니지만 신혼여행 중 사찰을 찾아 가족의 건강을 기원하는 기도패를 샀다. 그는 "삶의 압박이 클수록 사람들은 잠시라도 숨을 돌리려 절을 찾는다"며 "마음의 안정을 찾고 정신적으로 풍요로워지는 게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신적 활동에 참여하는 것이 불확실성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대학에 진학해 열심히 공부하고 졸업 후 고액 연봉의 직장을 얻는 전통적인 성공 경로는 더 이상 많은 젊은이에게 통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AI의 등장으로 많은 사람이 현재 자신의 직업이 가까운 미래에도 유효할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젊은층은 행운을 기원하는 소비와 영적 경험을 통해 내면의 평화를 찾는 셈이다.
이런 흐름은 온라인으로도 번지고 있다. 점술과 타로, 별자리 앱 등 디지털 영성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일부 이용자들은 온라인 점술 상담을 받거나 사찰 라이브 방송에 소액을 후원하며 이른바 '디지털 기도'를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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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층의 소비 트렌드가 영적 경험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바뀌면서 기업들도 마케팅 전략을 재편하고 있다.
버블티 브랜드 몰리티는 1700년 역사의 항저우 사찰과 협업한 제품을 내놨고, 버거킹은 도교 명소와 협업해 '재물신' 피규어를 판매했다.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운영되는 고급 웰니스 프로그램 '에너지 알케미'는 중국의 부유한 밀레니얼 여성을 대상으로 호흡 훈련과 일본식 영적 치유법인 레이키 등을 제공한다. 5일간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의 참가 비용은 4만2000위안(약 930만원)에 달한다.
에너지 알케미의 설립자 웨일리 첸 월터는 "많은 중국 여성들이 정체성, 번아웃, 자존감 같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며 "젊은 여성들은 온라인에서 외적인 성공뿐 아니라 내면의 평화를 갈망한다는 목소리를 점점 더 많이 내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