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지하철 스크린도어가 글로벌 교통안전의 새로운 기준으로 주목받고 있다.
연평균 37명이 목숨을 잃던 승강장이 스크린도어 하나로 사망사고 제로 공간으로 탈바꿈하면서, 뉴욕을 비롯한 세계 주요 도시들이 한국 모델을 벤치마킹하고 나섰다.
지난 12일 서울시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 지하철은 9호선과 우이신설선을 포함해 345개 역사에 스크린도어 설치를 마쳤다. 올해 기준 설치율은 99%에 이른다.
국내 스크린도어 도입 배경에는 뼈아픈 사고가 있었다. 2003년 6월 수도권 4호선 회현역에서 노숙자가 승객을 선로로 밀어 숨지게 한 사건이 터지면서 안전시설 설치 요구가 거세졌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사진=인사이트
2004년 광주 도시철도 1호선 문화전당역과 금남로4가역에 처음 스크린도어가 들어섰고, 이후 전국 도시철도와 광역철도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서울의 경우 2005년 말 사당역을 시작으로 2009년 말 262개 전체 역사에 설치를 완료했다. 당초 계획보다 1년 앞당긴 결과였다.
효과는 놀라웠다. 서울시 통계를 보면 스크린도어 설치 전인 2001~2009년 연평균 37.1명이 선로 추락 등으로 사망했지만, 설치 후인 2010~2024년에는 0.4명으로 급감했다. 특히 올해는 단 한 건의 사망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 2023년부터 3년 연속 선로 투신과 추락, 열차 접촉에 따른 사망자와 부상자가 없는 기록을 유지하고 있다.
안전 외에도 부가적인 효과가 적지 않다. 승강장 소음은 78.3dB에서 72.1dB로 약 7.9% 줄었고, 냉방 전력비는 하루 6억원에서 4억2500만원으로 약 30% 절감됐다. 여름철 3개월간 누적하면 연간 167억원가량 비용을 아낄 수 있는 규모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사진=인사이트
반면 해외 상황은 대조적이다. 런던 지하철은 272개 역 가운데 주빌리선 연장 구간 8개 역과 2022년 개통한 엘리자베스선 지하 구간 16개 플랫폼에만 스크린도어를 갖췄다. 대다수 노선은 여전히 미설치 상태이며, 피카딜리선은 신형 열차 교체와 함께 설치를 추진 중이지만 일정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
뉴욕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472개 역 전체에 스크린도어가 단 한 곳도 없다. MTA가 2022년 시범사업을 발표했으나 사실상 진전이 없고, 2020년 타당성 조사에서는 전체 역의 27%만 설치가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런 격차는 최근 국제사회의 관심으로 이어졌다. 뉴욕에서 지하철 승객 밀치기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자 현지 언론들은 "뉴욕 지하철 밀치기 사건 이후 한국의 스크린도어가 해외 교통 시스템에서 화제"라고 보도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사진=인사이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승강장 벽에 바짝 붙어 열차를 기다리는 뉴욕 지하철 이용객 사진과 한국 지하철 스크린도어를 비교하는 게시물이 빠르게 퍼졌다.
한국의 스크린도어 시스템은 현재 말레이시아와 중국, 브라질 등에 수출되며 국제 교통안전의 표준 모델로 자리매김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스크린도어는 사고가 난 뒤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조건 자체를 사전에 없애는 데 초점을 맞춘 조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