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10일(금)

"사실상 매도 의견" vs "랠리 안 끝났다"... 삼전닉스 두고 엇갈린 증권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둘러싼 증권가의 전망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일부 증권사는 메모리 업황 둔화 가능성을 반영해 목표주가를 낮추거나 보수적인 의견을 제시한 반면, 다른 증권사들은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확대를 근거로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며 목표주가를 유지했다.


1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기존 43만원에서 39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 나온 목표가 하향으로, 현재 국내 증권가가 제시한 수치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키움증권은 투자의견 '매수'와 최선호주 의견은 유지했으나, 하반기 메모리 가격 상승세와 이익 성장률 둔화 가능성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하반기는 주당순이익 성장률이 둔화하는 가운데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와 기업용 SSD 시장점유율 확대 기대와 중국 메모리 업체와의 경쟁 심화 우려가 동시에 작용하면서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 = 인사이트 사진 = 인사이트 


BNK투자증권은 SK하이닉스에 투자의견 '보유'와 함께 9일 종가 218만6000원보다 낮은 185만원의 목표주가를 제시했다. 투자의견만 '보유'일 뿐 사실상 매도 권고나 다름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인공지능 서버향 D램,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는 아직 공급 부족 시황이지만 주문을 제공하는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AI 데이터센터 운영사)들의 경쟁적인 인프라 투자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며 "모멘텀이 둔화 중"이라고 분석했다. 


LS증권도 전날 보고서에서 신중론을 폈다. 황산해 LS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최근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주가 하락과 이익 전망 상향이 동반되면서 이들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이 각각 4.8배와 5.3배로 역사적 저점권을 나타내고 있다"며 "밸류에이션 메리트가 부각될 수준이지만 인공지능 사이클 주도주 특유의 디스카운트 구조와 급격한 이익 재평가 기간 중 발생하는 밸류에이션 오류를 고려할 때 추가 비중 확대의 논거로는 역부족"이라고 짚었다.


외국계 투자은행(IB)들도 이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6일 메모리 업종의 단기 모멘텀이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비중 축소를 권고했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SK하이닉스 ADR 매수, 한국 상장 주식을 매도'하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반면 대다수 증권사들은 SK하이닉스에 대해 여전히 380만~430만원에 달하는 목표주가를 고수하고 있다. KB증권은 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420만원으로 제시하며 반도체 랠리가 여전히 유효하다고 봤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10일(현지 시간) 예정된 미국 ADR 상장을 계기로 글로벌 투자자의 접근성이 확대되고, 향후 미국 ADR과 한국 본주의 밸류에이션이 동시에 재평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그는 "내년 메모리 공급 부족은 올해보다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내년 고대역폭메모리 가격도 범용 D램과 수익성 격차를 고려해 전년 대비 100% 이상 상승할 것"이라며 "현재 SK하이닉스 주가의 상승 여력은 충분하며, 반도체 랠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박준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미 증시 ADR 상장은 마이크론 등 글로벌 피어와 동일 선상에서 가치를 평가받을 절호의 기회"라며 "압도적인 기술력과 이익 규모에도 현재 주가는 글로벌 경쟁사들의 평균 멀티플을 한참 밑돌고 있어 대대적인 재평가가 기대된다"며 가장 높은 목표주가 430만원을 제시했다.


같은 날 BNK투자증권이 제시한 185만원과 KB증권의 420만원은 단일 주식으로서 200만원이 넘는 차이를 보이며, SK하이닉스를 둘러싼 증권가 내부의 극단적인 시각차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이는 반도체 업황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달했음을 보여준다.


단일 종목을 두고 증권가의 입장이 극명하게 대립하면서 투자자들의 혼란도 깊어지고 있다.


사진=인사이트사진=인사이트


일각에서는 최근 일부 증권사의 목표주가 조정에 대해 업황의 붕괴라기보다는 그간 주가가 가파르게 오른 데 따른 피로감과 공급망 불안이 겹친 일시적인 속도 조절로 해석해야 한다고 진단한다. 


다만 시장이 공급망 이슈와 같은 현실적인 변수에 워낙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만큼, 이달 말로 예정된 실적 발표가 주가의 즉각적인 급등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수 있다며 투자자들의 신중한 접근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