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10일(금)

야심한 밤, 뉴욕 맨해튼 빌딩 밝힌 태극기...대체 무슨 일이길래

SK하이닉스가 미국 뉴욕증권시장에 발을 디뎠다.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약 40조원 규모로, 외국 기업의 미국 기업공개(IPO) 사상 최대치다.


10일 SK하이닉스는 ADR 1억7790만주의 공모가를 주당 149달러로 정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 ADR은 국내 보통주 10분의 1에 해당한다. 원·달러 환율 1509.9원을 적용하면 공모가는 전날 코스피시장 보통주 종가 218만6000원을 ADR로 환산한 가격보다 약 2.9% 높다.


SK하이닉스SK하이닉스


이번 공모로 SK하이닉스가 확보한 자금은 265억700만달러다. 2014년 중국 알리바바가 뉴욕증시 상장으로 조달한 250억달러를 넘어선 액수다.


미국 IPO 전체 역사에서도 스페이스X의 857억달러에 이어 두 번째 규모다. 공모 물량의 7배가 넘는 청약이 몰리면서 투자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확인했다.


뉴욕 맨해튼에서는 상장 전날인 9일 오후 JP모간 본사 빌딩 상층부에 태극기 조명이 밝혀졌다.


JP모간은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그룹, 골드만삭스와 함께 이번 상장의 주관사를 맡았다. 주관사들이 받을 수수료는 0.5% 수준인 약 2000억원으로 추산된다. 미국 대형 IPO의 일반적인 수수료율 1% 이상보다는 낮지만 공모액이 워낙 커 수익 규모도 상당하다.


SK하이닉스 ADR은 10일 'SKHYV' 종목 코드로 조건부 거래를 시작했다. 13일부터는 'SKHY' 코드로 정규 거래가 가능하며 공모 절차는 14일 마무리된다.


같은 날 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대규모 현지 투자 계획을 공개했다. 마이크론은 2035년까지 미국 내 반도체 제조공장과 기술 투자에 2500억달러, 약 375조원 이상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투자 계획에는 뉴욕주 클레이타운 반도체 제조공장 신축과 아이다호·버지니아주 공장 확장 비용이 포함됐다.


마이크론은 "이번 투자는 자사 D램의 40%를 미국 현지에서 생산하겠다는 목표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뉴욕 클레이타운 제조공장의 첫 콘크리트 타설도 한 분기 이상 앞당겨 10일 진행했다.


업계는 마이크론의 발표 시점에 주목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나스닥 상장과 맞물린 타이밍에 미국 경쟁사가 현지 생산 확대 계획을 내놓으며 견제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10일 마이크론의 타설 기념식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미국 내 메모리 반도체 생산 확대를 요구했다. 러트닉 장관은 두 회사와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러트닉 장관은 "마이크론이 한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의 미국 내 입지 확대를 반가워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미국으로 불러와 생산 시설을 짓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마이크론이 앞장서고 있으니 이제 다른 기업들도 질투가 날 것이고 결국 뒤따라오게 될 것"이라며 "우리는 미국의 훌륭한 기업과 지식재산권에 투자하는 이들을 보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앞서 임기 말까지 전 세계 반도체의 40%를 미국 안에서 생산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블룸버그는 러트닉 장관의 발언이 SK하이닉스가 생산 능력 확대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미국 나스닥 상장을 앞둔 시점에 나왔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