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10일(금)

'창립 100주년' 유한양행, 다음 수장은 누구... '유일한 정신' 잇는 CEO 인선 주목

창립 100주년을 맞은 유한양행이 차기 최고경영자(CEO) 선임을 앞두고 있다. 내년 3월 조욱제 대표의 임기가 만료되는 가운데 업계 안팎에서는 누가 '100년 유한'의 다음 수장이 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유한양행은 국내 제약업계에서도 드물게 창업주가 직접 '소유와 경영의 분리' 원칙을 정착시킨 기업이라는 점에서 이번 인선의 의미가 남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한양행의 CEO 선임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대표이사가 교체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창업주 고(故) 유일한 박사는 생전 "기업은 사회의 것"이라는 철학을 강조하며 경영권을 특정 가문에 승계하지 않고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했다. 


이후 유한양행은 오너 일가가 아닌 전문경영인이 회사를 이끄는 지배구조를 유지해 왔으며, 역량과 성과를 중심으로 차기 CEO를 선발하는 문화를 이어오고 있다. 이 같은 체제는 국내 기업 지배구조의 대표적인 모범 사례로 꼽힌다.


사진 제공 = 유한양행사진 제공 = 유한양행


올해 창립 100주년을 맞은 유한양행은 최근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의 글로벌 성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회사는 '매출 4조원'과 '글로벌 50대 제약사 진입'을 중장기 목표로 제시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차기 CEO가 렉라자 이후를 이끌 성장 전략과 연구개발(R&D) 투자, 글로벌 사업 확대 방향을 결정할 핵심 인물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차기 CEO 후보군으로는 김열홍 R&D총괄 사장, 이병만 경영관리본부장(부사장), 유재천 약품사업본부장(부사장) 등이 거론된다. 가장 관심을 받는 인물은 김열홍 사장이다. 고려대 의대 교수와 아시아암학회 회장 등을 지낸 암 연구 분야 권위자로 2023년 유한양행에 합류했다. 현재 연구개발 조직 전반을 총괄하며 신약 개발 전략을 이끌고 있다. 렉라자 성공 이후 업계가 '포스트 렉라자'를 주목하는 상황에서 연구개발 경쟁력을 강화할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김 사장이 대표에 선임될 경우 유한양행 역사상 사실상 첫 외부 영입 출신 CEO가 탄생하게 된다는 점도 주목된다. 유한양행은 오랜 기간 내부 육성 인재를 중심으로 전문경영인 체제를 운영해 온 만큼, 김 사장의 선임은 회사의 변화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인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인사이트김열홍(왼쪽) R&D총괄 사장, 이병만(오른쪽) 경영관리본부장(부사장) / 사진 제공 = 유한양행


이병만 부사장은 안정적인 경영 능력을 갖춘 정통 '유한맨'으로 평가된다. 1986년 입사 이후 영업, 홍보, 재무, 기획, 경영지원 등 주요 부서를 두루 거쳤으며 현재 경영관리본부장을 맡고 있다. 업계에서는 신약 개발 투자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재무 안정성과 주주가치 제고 역량이 중요해지고 있는 만큼 이 부사장의 경영관리 경험이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유재천 부사장은 영업과 사업 운영 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1994년 입사해 일반의약품(OTC)과 전문의약품(ETC) 사업 전반을 경험했으며 현재 약품사업본부장을 맡고 있다. 후보군 가운데 상대적으로 젊은 인사라는 점에서 세대교체 카드로도 거론된다. 유 부사장이 대표에 오를 경우 시장 대응력과 사업 경쟁력 강화에 무게를 둔 경영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차기 대표 인선과 함께 각자대표 체제 도입 가능성도 제기된다. 연구개발과 사업·경영관리 기능을 분리해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식이다. 실제 유한양행은 지난 2008년 창사 이후 처음으로 공동대표 체제를 도입한 경험이 있다. 이후 다시 단독 대표 체제로 전환됐지만 최근 신약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고 사업 규모가 커지면서 새로운 리더십 체계가 검토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선이 단순한 대표 교체를 넘어 창립 100주년 이후 유한양행의 미래 전략을 보여주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개발 중심의 혁신 기업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할지, 안정적인 성장과 경영 효율성에 무게를 둘지, 혹은 두 전략을 병행하는 새로운 리더십 체제를 선택할지가 향후 유한양행의 방향성을 결정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유한양행 / 사진=인사이트사진 = 인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