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의 하청 택배기사들로 구성된 노조가 2020년 요구했던 단체교섭에 대해 회사가 응할 의무가 없다는 최종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이 사측의 교섭 거부를 부당노동행위로 본 하급심을 뒤집은 것이다.
9일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CJ대한통운이 중노위 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 판정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환송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사진=인사이트
대법원은 "CJ대한통운과 집배점 택배기사 사이에 명시적 및 묵시적인 근로계약관계를 인정할 수 없으므로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단체교섭 의무를 지는 사용자는 '명시적이거나 묵시적인 근로계약관계를 맺고 있는 자'라는 종전 법리에 따라 원청인 사측이 계약 관계가 없는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에 응할 의무가 없다는 취지의 판단이다.
이번 판단은 5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례를 따른 것이다. 당시 대법원은 개정 노조법 시행 이전 발생한 분쟁에서는 종전 법리를 적용해야 한다며 HD현대중공업 사건에서도 같은 취지로 판단한 바 있다.
집배점 소속 택배기사들은 직고용·직계약 기사들과 달리 집배점주를 통한 위수탁계약을 맺는다. CJ대한통운이 집배점주와 계약을 맺고 구역을 배정하면, 집배점주가 다시 개별 기사들과 계약을 맺는 방식이다.
CJ대한통운은 2020년 4월 167개 집배점 소속 택배기사 약 1200명이 포함된 택배노조의 교섭 요구를 거부했다. 이듬해 6월 중노위가 택배노조의 구제 신청을 받아들이자 회사는 불복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3월 서울 종로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택배노조 원청교섭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전국택배노동조합 관계자들 / 뉴스1
1심과 2심은 CJ대한통운이 집배점 택배기사들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인 지배력이 있는 사용자라고 판단했다.
택배노조가 요구한 ▲서브터미널 배송상품 인수시간 단축 ▲집화상품 인도시간 단축 ▲1인당 1분류 하차장 보장 및 우천 시 보호 시설 설치 ▲주5일제 시행 등 4개 안건에 대해 CJ대한통운이 결정권을 갖고 있다고 봤다.
'급지수수료 인상 및 개편'과 택배사고 손해배상 책임 분담 비율인 '사고부책'에 대해서는 CJ대한통운과 집배점주에게 중첩적 권한이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대법원은 "향후 개정 노동조합법이 적용되는 구체적인 사건에서 노동3권의 실효적 보장이라는 입법목적에 맞게 사용자의 개념을 해석해야 함은 별론으로 한다"며 이후 발생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다르게 판단할 여지를 남겼다.
노란봉투법은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를 사용자로 명확히 규정했다.
대법원 전경 / 뉴스1
이에 따르면 직접 계약관계가 없는 원청도 하청 근로자들의 사용자로서 단체교섭 요구에 응할 의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