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최대 한도를 3억원으로 대폭 낮추며 가계대출 조이기에 나섰다. 정부 규제보다 엄격한 자체 기준을 마련하면서 주택 매수자들의 자금 계획에 비상이 걸렸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10일부터 별도 안내가 있을 때까지 주택구입자금 대출 한도를 3억원으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수도권과 규제지역의 경우 기존 6억원에서 절반인 3억원으로 줄어들고, 비규제지역도 처음으로 3억원 상한선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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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 인해 대출 이용자들의 실질적인 자금 조달 능력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수도권 규제지역에서 12억원 주택을 구입할 경우, 현행 주택담보인정비율(LTV) 40%를 적용하면 4억8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하지만 KB국민은행에서는 3억원만 대출받을 수 있어 1억8000만원을 추가로 마련해야 한다.
정부 규제상 허용되는 대출 금액과 실제 은행에서 받을 수 있는 금액 간 차이가 발생하는 셈이다. 매매 계약을 앞두거나 잔금 준비 중인 실수요자들은 자금 조달 계획을 전면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다만 일부 대출 상품은 제한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주비·중도금·잔금 등 집단대출과 기금 대출, 보금자리론, 전세사기 피해자 구입·경락 자금 대출은 기존대로 진행된다. KB국민은행 대환대출과 재대출, 상속에 따른 채무 인수 중 대출금 증액이 없는 경우도 예외다.
수도권 및 규제지역에서 매매가 25억원을 넘는 주택은 종전처럼 2억원 한도가 적용된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 안정적 관리를 위해 가계여신 포트폴리오를 선제적으로 조정하고자 수도권 및 규제지역의 주택구입자금 대출 최대 한도를 3억원으로 적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KB국민은행이 대출 문턱을 높인 배경에는 가계대출 급증세가 자리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올해 은행별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를 관리 중이며, 4월부터는 주담대에도 월별 총량 목표치를 부여했다.
5대 은행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액을 지난해 말 대비 약 4조3000억원 이내로 관리하겠다는 목표를 금융당국에 제출했다. 하지만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이달 2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정책성 대출을 제외하고 648조35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3조335억원 늘어났다. 연간 목표치의 상당 부분을 이미 사용한 것이다.
특히 KB국민은행은 가계대출 여력이 주요 은행 중 가장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가계대출 증가 목표를 초과한 영향으로 올해 잔액 증가 여력이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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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은 지난달 26일부터 모기지신용보험(MCI)과 모기지신용보증(MCG) 가입을 제한해 주담대 가능 금액을 줄였다. 다른 은행 신용대출을 상환하는 조건의 일부 대출 방식도 막았다.
지난 2월부터 운영한 주담대 우대금리 쿠폰은 지난달 18일 종료됐다. 대출 한도와 보증, 금리 혜택을 연이어 축소한 뒤 이번에는 주택구입자금 대출 자체에 3억원 상한을 설정한 것이다.
다른 시중은행들도 가계대출 관리 강도를 높이는 추세다. 하나은행은 이달 1일부터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위해 MCI와 MCG 신규 가입을 제한했다. 다음 달 실행 예정인 대출모집인 채널의 주담대 접수도 이달 2일 중단했다.
신한은행도 이달 배정된 한도가 빠르게 소진되면서 대출모집인을 통한 신규 가계대출 신청 접수를 일시 중단한 상태다.
은행권에서는 KB국민은행의 조치가 다른 은행의 추가 제한을 촉발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대출 수요가 한도가 넉넉한 다른 은행으로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에서 필요한 금액을 대출받지 못한 매수자가 다른 시중은행으로 이동하면 해당 은행의 대출 총량도 빠르게 증가할 수 있다. 이 경우 다른 은행들도 한도 축소나 신규 접수 제한에 나서는 연쇄적인 대출 조이기가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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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도 지난달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재개를 앞두고 증가한 주택 거래가 시차를 두고 대출에 반영됐고,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도 늘었다고 분석했다.
은행권의 대출 관리가 강화되면서 하반기 1금융권의 대출 공급이 대폭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연간 대출 증가 목표치를 상당 부분 소진한 상황에서 주담대와 신용대출 증가세가 계속될 경우, 은행들이 남은 대출 여력을 관리하기 위해 추가 제한 조치를 내놓을 수 있다.
특히 주택 매수를 앞둔 실수요자는 정부의 LTV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뿐 아니라 개별 은행의 자체 대출 한도와 접수 중단 여부까지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같은 소득과 같은 주택을 기준으로 해도 어느 은행을 이용하느냐에 따라 실제 대출 가능 금액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KB국민은행이 시중은행 중 처음으로 주담대 최대 한도를 3억원까지 낮추면서 은행권의 가계대출 조이기가 한층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향후 다른 은행들의 추가 제한 조치 여부에 따라 하반기 주택 매수자들의 자금 조달 여건도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