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10일(금)

[신간] 밤하늘을 헤엄치는 초콜릿구라미

마치다 소노코의 소설 '밤하늘을 헤엄치는 초콜릿 구라미'가 상실과 고독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작품은 상처받은 사람들이 서로를 구원하며 다시 일어서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작가는 물고기라는 소재를 통해 인간의 고독과 생존 의지를 독특하게 표현했다.


넓은 아프리카 강에서 벗어나 작은 수조에 갇힌 '아프리칸 램프아이', 입안에서 새끼를 키우는 '초콜릿 구라미', 성전환을 하는 '리본장어', 다른 모습이지만 무리와 함께 사는 법을 익혀가는 스위미까지. 인물들은 이 물고기들을 관찰하며 자신의 처지를 투영한다.


9791142355097.jpg사진 제공 = 하빌리스


"이 물고기는 말이야, 나랑 닮았어." 인물들이 내뱉는 이 한마디에는 깊은 공감과 위로가 담겨 있다.


소설은 삶이란 어디에 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움직이느냐의 문제라고 말한다. 어떤 환경에 놓이든 살아남기 위해 지느러미를 움직이는 행위 자체가 생명의 존엄함을 증명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 수조 너머에는 더 많은 수조가 있겠지. 아니, 수조뿐만 아니라 연못과 강, 그리고 바다도 있어. 일일이 무서워했다가는 살아갈 수가 없어. 우리는 이 넓은 세상을 헤엄쳐야만 해." 게이타가 건네는 이 말은 상처 속에서 버티는 모든 이에게 힘을 북돋는다.


마치다 소노코의 작품 세계는 결코 달콤하기만 하지 않다. 고아원 출신의 거친 인생, 미혼모와 한부모 가정을 향한 차별과 동정 어린 시선, 치매와 무관심, 배우자의 불륜, 가정폭력까지. 작가는 현실의 어두운 면을 있는 그대로 담아낸다.


그럼에도 이 소설이 빛나는 이유는 인물들을 어둠 속에 홀로 내버려 두지 않는다는 점이다. 평범하고 소외된 이들 곁에는 언제나 조건 없이 받아주는 '제대로 된 어른'이 존재했다. 그 사랑을 받으며 성장한 아이들은 다시 상처받은 누군가에게 손을 내미는 따뜻한 어른으로 자란다.


상처와 공포로 얼룩진 세상에서도 타인의 고통에 눈물 흘릴 줄 아는 사람들, 지금은 거센 물결에 휩쓸려도 언젠가 밤하늘과 바다를 자유롭게 유영할 모든 이에게 이 작품은 헌정된다.


조금 거칠고 서툴러 보여도 당신의 지느러미는 지금 이 순간 가장 아름답게 움직이고 있다. 멈추지 않고 지느러미를 움직이는 한 우리는 계속 살아갈 수 있다.


이 세상이 상냥한 곳이 되기를, 숨 쉬고 살아가기 편한 장소가 되기를 바라는 작가의 소망이 작품 곳곳에 스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