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속 별세포의 특정 단백질이 장기 기억을 유지하는 핵심 메커니즘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억이 오래 유지되는 비밀이 신경세포가 아닌 별세포에서 발견된 것이다.
지난 7일 기초과학연구원(IBS) 기억 및 교세포 연구단과 한국뇌연구원(KBRI)은 공동연구를 통해 별세포 내 Ank2(Ankyrin-2) 단백질이 장기 기억 유지에 필수적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동물실험으로 입증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별세포 신호만을 선택적으로 조절하면 기억을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뇌에서 신경세포를 조절하는 별세포가 단순한 보조 역할을 넘어 기억 유지에 직접 관여한다는 의미다.
Ank2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 관련 유전자로 알려져 있으며, 별세포에서 높은 수준으로 발현된다. 연구진은 이 단백질이 별세포의 구조뿐 아니라 기억 유지 과정에서도 중요한 기능을 할 것으로 가정하고 실험을 설계했다.
뇌 해마를 가득 채우고 있는 별세포 / IBS
별세포에서만 Ank2 유전자를 제거한 실험 생쥐는 학습 직후의 최근 기억은 정상이었지만, 2주 후 측정한 장기 기억은 크게 감소했다.
Ank2가 결핍된 별세포는 구조가 단순해졌고, 기억을 저장하는 엔그램 신경세포와의 물리적 접촉도 현저히 줄어들었다. 학습과 기억 형성의 핵심인 장기강화(LTP) 유지 능력도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기억 유지 과정의 분자 메커니즘도 규명했다. Ank2는 별세포 내 칼슘 신호 전달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이 단백질이 제거되면 세포 내 칼슘 신호가 약화된다. 또 신경세포 간 연결 강화와 기억 형성을 돕는 핵심 단백질인 뇌유래신경영양인자(BDNF)에 대한 반응성도 감소했다.
별세포가 장기 기억을 유지하는 핵심 조절 메커니즘 / IBS
별세포 BDNF 신호를 인위적으로 활성화한 실험에서는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이 광유전학 기술로 별세포 내 BDNF 관련 신호 경로를 선택적으로 자극하자, 실험동물은 기존보다 기억을 더 오래 유지하는 능력을 보였다.
교신저자인 IBS 고우현 연구위원은 "그동안 신경세포 중심으로 이해돼 온 기억 연구의 관점을 확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노화나 우울증으로 인한 인지 저하,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다양한 기억 관련 뇌 질환 연구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고 연구위원은 "향후 자폐스펙트럼장애나 지적장애와 같은 뇌발달장애에서 별세포의 Ank2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연구를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온라인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