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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만원으로 특급호텔까지"...제주도 봄 관광 '특급 코스'

봄이 가장 먼저 오는 길목 제주도로 오랜 친구와 함께 일상의 쉼표를 찍기 위해 떠났다. 사람의 취향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봄철의 제주도는 어딜 가도 완벽했다.

애월읍에 위치한 카페 '봄날'의 전경  

 

끊임없이 달려야 하는 일상에 작은 쉼표를 찍기 위해 오래된 친구와 함께 제주도로 떠났다.

 

단돈(?) 50만원으로 봄이 가장 먼저 오는 길목, 제주도에서 봄의 기운을 만끽할 수 있는 3박 4일 완벽한 코스를 짰다. 

 

하루는 국내서 제일 유명한 특급호텔에서 묵는 호사도 누려보기로 했다.

 

제주 신라호텔 수영장

 

20일 오후 6시경, 김포에서 출발한 비행기가 제주 공항에 살포시 내려앉았다. 공항 3번 게이트 앞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탐라렌트카'로 향했다.

 

소셜커머스를 통해 예약했기 때문에 가격이 무척 저렴했다. 20일 저녁 7시부터 23일 정오까지 K3를 빌리는 데 든 돈은 총 6만 7천원. 일반 보험료가 포함된 가격이다.

 

차를 받자마자 스마트폰과 블루투스로 연결한 뒤 음악을 들으며 해안 도로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1. 예술가들이 사는 조용한 시골항구 애월

 

 

게스트하우스 'The 애월 바당'

 

아직은 쌀쌀한 3월 하순. 첫날 밤은 애월항 인근에 위치한 게스트하우스 'The 애월바당'에서 묵었다. 오픈 기념 할인을 받아 조식 포함한 하룻밤 가격에 2만 1천원이 들었다. 

 

첫날 저녁은 항구 근처 횟집 해송수산물회센터에서 먹었다. 1만 5천원 짜리 물회를 시켰는데 3월 한철에만 회로 먹을 수 있다는 '꼼멜'이 들어 있었다. 

 

꼼멜은 제주도 말로 '멸치회'라고 한다. 처음 먹어보는 회인데, 한입 가득 번지는 싱싱함에 기분이 절로 상쾌해졌다.

   

해송수산회센터에서 시킨 물회 

 

애월은 아직 제주도 옛날 마을이 남아 있는 곳이고 예술가들이 많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진 항구. 

 

애월 인근 해수욕장 물색은 애매랄드 빛을 띠고 있어 외국 해변같은 정취를 풍긴다.   

 

21일 아침, 숙소에서 조식을 먹고 애월 해안 산책로를 따라 조금 걸었다. 바다 색은 투명했고 전날 먹은 꼼멜 냄새가 풍기는 듯했다. 

 

애월항 근처에 위치한 '애월 해안 산책로' 

 

곽지 과물 해변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싶어 카페 '봄날'이 위치한 한담해변으로 왔다.

 

봄날은 '맨도롱또똣' 촬영지로 유명하다. 아기자기하고 예쁘지만 관광객이 너무 많고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카페 '봄날' 입구  

 

해안도로를 따라 조금 더 안쪽에 위치한 카페 '몽상'으로 갔다. 몽상은 통유리로 돼 있어 애월 앞바다가 한 눈에 보였다. 

 

6천원 짜리 샤케라또 한 잔을 시킨 뒤 애월 앞바다를 보면서 서울에서 읽다 만 책 한 챕터를 읽었다. 

 

지드래곤 카페로 유명한 만큼 관광객들이 꽤 있었지만 카페 천장이 높고 소음이 적당히 분산되는 공간이라 소란스럽지는 않았다. 음료 양이 너무 적은 것은 흠이라면 흠. 

 

해안 산책로에서 본 카페 '몽상' 

 

카페 '몽상'에서 본 애월 앞바다 

 

2. 제주시내 전농로 그리고 사려니숲 

 

점심은 제주시내에 전농로에 위치한 아나고 전문점 '삼도정'에서 먹었다. 아나고된장지리(1만 5천원)를 먹었는데 반찬으로 고등어조림이 나왔다. 반찬도 국물도 입에 착 감겼다. 

 

제주시 전농로에 위치한 '삼도정'에서 먹은 '아나고 된장지리'



(좌)'삼도정'에서 먹은 아나고 된장지리, (우) 벚꽃나무가 이어진 전농로 

 

점심을 먹고 나와 전농로를 걸었다. 전농로는 벚꽃 명소로 유명한 곳인데 우리가 방문한 21일에는 벚꽃이 아주 조금씩 피기 시작했다. 

 

4월 초순이 되면 이곳은 제주도 토종 왕벚꽃이 가득가득 피어오를 것이다. 

 

한가로운 점심을 보내고 난 뒤, 우도로 가기 위해 제주도 동쪽 성산항 쪽을 향해 차를 몰았다. 

 

비자림로  

 

봄의 제주도 내륙 도로는 어디든지 정말 아름답다. 평일 제주도의 도로는 한적해 더욱 좋았다.

 

제주시와 성산항을 잇는 동북쪽 내륙 도로 중 '비자림로'는 삼나무가 빽빽히 들어서 있고 인근에 유명한 오름들과 울창한 숲이 있다.

 

정말 운 좋게도 몇자리 없는 주차 공간 중 한 곳에 차를 주차하고 삼나무 사이를 걸어 사려니 숲으로 갔다. 

 

아직 겨울 태를 벗지는 못했지만 사려니 숲은 조용히 걷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쉼이 되는 신선한 공기로 가득한 공간이었다.   

 

사려니 숲

 

사려니 숲 지도 

  

사려니 숲으로 가는 가장 좋은 방법은 4.3 평화공원에 주차를 한 뒤 셔틀 버스를 타고 가는 방법이다. 사려니 숲은 '물찻오름'에 가는 길로 이어져있는데 현재는 입산이 불가능하다.

 

시간이 있다면 사려니 숲길을 조금 걷고 다시 돌아 나와 민오름이나 절물오름에 가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3. 우도의 밤과 아침, 자전거 산책 



우도 비양동 인근 해안 도로

 

둘째날 밤은 우도에서 보내기로 했다. 우도는 오전, 오후 모두 관광객이 많지만 저녁과 아침에는 관광객이 적기 때문이다.

 

4시쯤 성산항 인근에 차를 주차해놓고 우도로 들어가는 배를 탔다. 예상했듯이 그 시간에 우도에 들어가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배에 사람이 별로 없으니 갈매기들도 달려들지 않았다.

 

 

게스트 하우스 '노닐다'

 

우리가 묵은 곳은 우도 입구 근처에 있는 카페이자 게스트하우스인 '노닐다'였다. 3년 전에도 이 카페에서 '땅콩 피자'를 먹은 적 있는데, 숙소도 조용하다는 평이 많아 방문해봤다. 

 

숙소는 정말 조용했고 (사실 저녁에 사람이 별로 없다) 침대에 직접 시트를 씌워야 한다. 귀찮긴 했지만 깨끗한 시트와 이불에 높은 점수를 줬다. 숙박비도 2만 5천원으로 저렴해 부담도 적었다. 

 

짐을 풀고 만원에 자전거를 빌렸다. 해안도로를 따라 자전거를 타다 '해달섬'에서 저녁을 먹었다. 회를 좋아하는 나는 회덮밥(1만원)을 시켰다. 두툼한 회와 우도에서 많이 나는 우묵가사리, 땅콩 요리가 포함된 정갈한 밥상을 받았다. 

 

'해달섬'에서 시킨 물회 

 

우도 내륙 풍경

 

저녁과 아침의 우도는 관광지가 아닌 평온한 바다 마을의 정취를 풍겼다. 돌아오는 길은 해안도로가 아닌 내륙을 택했다. 자전거를 손으로 끌고 친구와 함께 저녁 공기를 마시며 이런 저런 얘기를 했다. 

 

저녁엔 게스트하우스 카페에서 책 두 챕터를 읽고 아침에는 그곳에서 준 갓구운 머핀과 허브티, 말린 귤을 먹으며 휴식을 취했다.

  

  

오전에는 전날 밤 숙소 근처에서 '개싸움(?)'을 벌인 우도 강아지 '비양도'와 아침 산책때 내륙 도로에서 본 고양이 '흑마늘'이 놀러왔다. 

 

카페 주인에 따르면 '비양도'는 자유로운 우도 강아지다. 하루에 우도를 3~4바퀴 돌고 있고 요즘 다른 강아지들과 영역 다툼이 심해 가끔 싸움을 벌이는 모양이다. 

 

배고프면 카페에서 주는 밥을 먹고 카페 근처에서 늘어지게 잔다. '흑마늘'은 미모의 우도 고양이로 역시 카페에서 주는 밥을 먹곤 한다. 제주에서 나고 자란 덕에 여유와 낭만을 아는 듯 보였다.

 

우도 해안 도로

 

자전거를 타고 아침의 우도를 조금 더 구경한 뒤 녀석들에게 인사를 하고 우도를 떠났다.

 

같은 게스트하우스에 묵은 이들과 우리를 제외하고 역시 손님은 없었다. 하지만 우도로 들어오는 배에는 함박 웃음을 띤 관광객이 그득그득했다. 

 

4. 유채꽃 명소인 제주도 남쪽 

 

22일 날씨는 그야말로 '최고'였다. 이 날은 유채꽃을 보러가기로 했다.   

 

오전에 우도를 빠져나와 내륙 도로를 타고 유채꽃 드라이브 명소로 유명한 녹산로로 갔다. 네비게이션에는 '정석항공관'을 찍고 가도 된다. 

 

녹산로는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에 걸쳐 있는 도로로, 봄이 되면 10km에 이르는 길을 따라 유채꽃과 벚꽃이 핀다. 

 

(좌) 녹산로 / 인사이트, (우) 연합뉴스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유채꽃이 꽃망울을 살짝 내민 정도였을 뿐이지만 4월 초순이 되면 도로를 따라 샛노란 유채꽃과 연분홍빛의 벚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유채꽃 드라이브 명소로 산방산도 추천한다. 녹산로와 산방산은 제주도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둘 사이를 잇는 드라이브 길이 무척 좋아 녹산로를 들렀다가 산방산으로 가보는 것도 추천한다. 

 

산방산으로 가는 길 중간에 '카멜리아 힐'에 들러 아름다운 정원을 구경하고 가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입장료는 어른 기준 8천원이고, 카멜리아 힐은 동백꽃 정원으로 유명해 3월 초중순에 가면 더 좋다)

 

카멜리아 힐의 동백꽃 나무

 

5. 향기로운 꽃차와 정원이 있는 봄의 제주신라호텔

 

제주 신라호텔 숙소에서 바라본 전경, 현재 수영장 증축 공사 중이라고 한다 

 

이번 여행에서 마지막 날 22일은 봄의 여흥을 느끼면서도 '여독'을 풀만큼 충분히 쉴 수 있는 호텔에서 묵기로 했다. 

 

요즘 제주신라호텔에서는 '스프링 플레이버(Spring Flavor)'라는 봄 패키지 행사를 하고 있다는 소식이 눈에 띄었다. 

 

'스프링 플레이버'는 3층 테라스에서 향기로운 꽃차를 마시고, 저녁에는 꽃이 가득한 테라스에서 '와이너리' 파티를 즐길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된 패키지다. 2인 기준 최저 1박에 37만원 선에 예약할 수 있다.

 

숙소에서 본 3층 테라스 밤 풍경 

 

신라호텔 숙박비로 40만원 정도를 잡은 우리는 조망이 더 좋은 곳을 선택하기 위해 '스탠다드 룸에 오션뷰 옵션, 조식 2인'을 선택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인터파크에 종종 나오는 특가 상품을 이용하면 스프링 플레이버 패키지를 오션뷰 옵션, 조식 2인에 41만원 선에도 예약할 수 있다. 물론 오션뷰를 선택하지 않으면 10만원 가까이 저렴한 가격에도 예매할 수 있다. 

  

어쨌든 우리는 오후 2시에 체크인해 3층 테라스에 좀 앉아 있다가 바다를 향해 난 정원을 거닐었다. 꽃향기와 함께 풍기는 바다 내음이 지친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줬다. 

 

7층에 위치한 스탠다드 객실 침구

 

객실에 도착해 목욕탕에 비치된 향기로운 목욕 제품으로 씻고 푹신한 침대에 누워 도란도란 얘기를 한 뒤 수영장으로 갔다. 

 

커다란 가운과 큰 수건을 챙겨 야외 썬베드에 자리를 잡고 날씨 좋은 야외에서 맥주 한 잔을 시킨 뒤 땅콩과 맥주를 마시며 남은 책을 읽었다.

 

가운을 입고 썬베드 위에 설치돼 있는 온열 기구를 트니 공기는 시원하면서도 몸은 따듯했다.  

 

야외 수영장 옆 스파  

 

저녁이 되면서 기분 좋을 정도로 따뜻한 물에서 수영을 시작했다. 풀은 실내외로 이어져 있었고 야외에는 커다란 화면에 영화가 상영되는 '플로팅 시네마'가 펼쳐졌다.

 

제주도를 배경으로 한 '건축학개론'을 물 속에서 수영하다가 쉴 때마다 봤다. 다시 봐도 재밌었다. 

 

객실로 돌아와서 영화를 마저 봤다. 객실 테라스에서도 영화가 보였기 때문이다. 어느 것 하나 아쉬울 것 없이 편히 쉬고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제주도의 밤을 마음껏 누릴 수 있었다.  

 

숙소에서 본 수영장, 못 다 본 영화를 마저 볼 수 있다 

 

다음 날 아침 먹은 조식은 뷔페였는데 특히 프랑스식 감자 그라탕은 지금껏 먹어본 요리 중 가장 맛있었다. 조식을 먹고 야외 정원을 산책하다가 공항으로 돌아왔다.  

 

일상으로 복귀하기 전, 여행 후유증을 남기지 않으면서도 제주도의 봄을 100% 누릴 수 있는 좋은 선택이었다.

 

조식 부페 

 

특별한 관광지를 들르지도, 대단히 유명한 맛집을 찾아다니지도 않은 편안한 여행이었다. 

  

떠나는 순간, 여행하는 순간도 중요하지만 빽빽하게 이어지는 삶에 잠시 쉼표를 찍고 더 멋진 사람이 되어 돌아오는 것도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루는 제대로 된 호텔에 묵기로 했다. 그리고 최고의 특급호텔인 신라호텔에 묵었지만 총 여행경비는 각각 50만원 남짓이 들었다. 

 

특가로 구한 호텔비로는 각각 20만원 가량을 냈고 역시 특가 항공권 왕복비 총 5만 5천원, 보험비와 기름값을 포함한 렌트비용 총 10만원선(둘이 나누면 5만원선), 게스트하우스 비 총 4만 6천원, 그리고 밥값, 커피값과 기타 부대비용은 각각 하루 5만원 가량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한끼에 만원에서 만오천원 선의 제대로 된 밥을 먹었고, 깨끗하고 푹신한 이불이 있는 곳에서만 잤다. 이정도면 편안하고 호사스러운 여행을 즐긴 셈이다.

 

저녁 수영장 썬베드에서 시킨 호가든 생맥주


신라호텔 입구 밤 풍경 

 

사람마다 여행 스타일은 다르겠지만 봄철의 제주도는 어딜 가도 옳다.  

 

용머리 해안, 주상절리 등의 자연 관광지부터 테디베어 박물관 같은 인공 관광지까지 유명한 관광지를 모두 가보는 것도 좋고 한라산 정상에 오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나에게는 함께 떡볶이를 먹고 도서관에 다니던 오래된 친구와 좋은 호텔에서 편안한 시간을 보낸 것도 특별한 경험이었다. 

 

만약 지금 쉼이 필요하고 약 50만원과 3~4일 남짓한 시간이 있다면 떠나보라. 4월의 제주도는 내가 다녀온 3월의 제주도보다 아름다울 것이고 나와 같은 여행 방식도 추천할 만하다. 

 

(좌) 비자림로, (중) 우도 들어가는 배, (우) 비자림로 옆 삼나무 숲

 

카멜리아 힐 

 

정은혜 기자 eunhye@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