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세 송기섭 씨가 갑작스러운 뇌경색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4명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6월 3일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에서 송 씨가 간, 폐, 안구 등을 기증했다고 밝혔다.
송 씨는 5월 25일 갑작스러운 어지럼증으로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다. 뇌경색 진단을 받은 후 치료와 수술을 받았지만 끝내 뇌사 상태에 이르렀다. 가족들은 송 씨의 평소 성품을 떠올리며 장기기증을 결정했다.
송 씨는 간, 폐, 양측 안구를 기증해 4명의 생명을 살렸으며, 뼈와 피부 등 인체조직도 함께 기증했다. 조직기증은 기능적 장애를 겪는 환자 100여 명에게 회복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기증자 송기섭씨 /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아내 윤안순 씨는 "남편은 생전에 연명치료를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적이 있다"며 "평소 다른 사람을 먼저 배려하던 분이라 장기기증을 통해 누군가의 삶 속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다면 남편도 기뻐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4남매의 장남으로 서울에서 성장한 송 씨는 직장 생활 후 20년 가까이 화물차 운전으로 가족을 부양했다. 최근 몇 년간은 쉬지 않고 일하면서도 아흔 살 어머니의 병간호를 도맡아 장남의 책임을 다했다.
송 씨는 43년을 함께한 아내에게 여름이면 선풍기부터 챙겨주는 다정한 남편이었다. 딸과 아들에게는 말보다 행동으로 애정을 표현하는 아버지였다. 아들 인규 씨는 "아버지는 표현이 많지 않았지만 자녀들을 세심하게 살폈고, 주변 어른들께 늘 정중히 인사하셨다"며 "그런 모습을 존경했다"고 회상했다.
송 씨는 11월로 예정된 아들의 결혼식과 올가을 딸의 출산을 손꼽아 기다렸다. 윤 씨는 "손주 사진을 찍어 늘 갖고 다니겠다며 기뻐하던 남편이 손주를 만나지 못한 채 떠나 가장 안타깝다"고 전했다.
윤 씨는 남편에게 "여보, 이제 무거운 짐 내려놓고 훨훨 날아다녔으면 좋겠어요. 당신은 이 세상에 없어도 누군가는 당신의 일부를 품고 살아갈 테니 그걸 위안 삼아 살아갈게요. 사랑해요"라는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아들 인규 씨도 "마지막 순간까지 가장 귀한 사랑을 베풀고 가신 아버지의 아들이어서 좋았습니다. 정말 자랑스럽고 감사했습니다. 아버지, 많이 사랑합니다"라며 아버지를 그리워했다.
기증자 송기섭씨 /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이삼열 원장은 "가족에게 헌신하며 어머니를 정성껏 돌봤던 고인의 삶이 마지막 순간 다른 이의 생명을 살리는 숭고한 나눔으로 이어졌다"며 "묵묵히 책임을 다하며 살아온 송기섭 님의 따뜻한 마음이 오래 기억되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