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원유 수송의 동맥인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 정상화가 임박했다는 소식에 국제유가가 4% 넘게 폭락하며 중동 무력 충돌 이전 수준으로 밀렸다. 유가 급락세가 가팔라진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국내 휘발유 가격 인하를 압박하며 정유업계를 향해 사법조사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24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은 장중 배럴당 69.63달러까지 떨어지며 지난 3월 2일 이후 처음으로 70달러선을 밑돌았다.
이후 낙폭을 일부 만회해 4.3% 하락한 배럴당 70.3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글로벌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선물도 4.3% 하락한 배럴당 73.74달러로 마감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2월 28일 이란을 공격하며 전쟁이 시작되기 이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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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급락은 페르시아만 물류 마비 사태의 핵심인 호르무즈 해협의 유조선 운항 재개 가능성이 커진 결과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성명을 통해 "페르시아만에 발이 묶여 있던 선원 1만1000명 이상이 안전 보장을 확보함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이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르세니오 도밍게스 IMO 사무총장은 "안전한 항해를 지원하기 위한 모든 조건을 확인했다"며 "이란, 오만, 미국 및 역내 연안국들과 긴밀히 협력해 운항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이란의 평화 협상이 진전을 보이며 중동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크게 완화된 것으로 보이지만 물류망 정상화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물류 대기업 DHL의 중국 담당 최고경영자(CEO) 아디티 라스퀴나는 "호르무즈 해협 폐쇄로 선박 운항 시간이 길어지고 항공 화물 운송에도 차질이 발생했다"며 "해협이 다시 열리면 상당 부분 완화되겠지만 공급망이 정상화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름값 하락 압박은 백악관으로 번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원유 가격 급락세에 비해 자국 내 주유소 가격의 낙폭이 미미하다며 시장 왜곡 가능성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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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대형 석유회사들이 원유 가격 하락분을 주유소 가격에 반영하지 않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바가지를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법무부(DOJ)에 즉각 조사에 착수하도록 지시했다"며 "휘발유 가격은 지금보다 훨씬 더 빨리 내려가야 한다"고 압박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워싱턴의 경고를 정치가 개입된 전형적인 압박성 발언으로 해석했다. 카렌 영 컬럼비아대 글로벌에너지정책센터 선임연구원은 인터뷰에서 "정치적 퍼포먼스에 가깝다"며 "미국 휘발유 가격은 세금과 정제 과정, 유통 구조 등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원유 가격 하락이 곧바로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