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처음으로 전 경기에서 의무화된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Hydration Break)'가 차기 대회에서도 유지될 전망이다. 경기 흐름을 방해한다는 지적과 관중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FIFA는 선수 건강과 경기력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거뒀다고 판단했다.
지난 23일(현지 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영국 스포츠 전문 매체 SNTV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번 대회 경험을 토대로 제도의 효과를 분석할 예정"이라며 향후 지속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인판티노 회장은 휴식 시간이 선수들의 체력 회복은 물론 경기 수준 향상에도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감독은 경기 상황을 점검하고 전술적 수정 사항을 전달할 수 있으며 선수들은 짧은 휴식 후 다시 높은 강도로 경기에 임할 수 있다"며 "이번 대회처럼 90분 내내 강한 압박과 빠른 템포가 유지된 경기를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토마스 투헬 잉글랜드 감독이 보스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FIFA 월드컵 L조 잉글랜드와 가나의 경기 중 수분 보충 휴식 시간에 선수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다. / GettyimagesKorea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는 전·후반 각 1회씩 약 3분간 진행된다. FIFA는 미국, 캐나다, 멕시코에서 개최된 이번 월드컵이 역대 가장 더운 대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이 제도를 전 경기에 의무 적용했다. 이전에는 일정 기온 이상일 경우에만 심판 판단으로 시행됐으나 이번 대회부터는 날씨 조건과 상관없이 모든 경기에 동일하게 적용됐다.
제도 도입 이후 팬들과 축구 관계자 일부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경기 흐름이 단절되는 문제와 함께 중계방송 광고 시간 확보를 위한 조치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인판티노 회장은 FIFA가 추가 수익을 얻는 구조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중계권 계약은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 도입 이전에 이미 체결됐다"며 "방송사들은 추가 광고로 수익을 얻을 수 있을지 몰라도 FIFA의 수익은 전혀 증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FIFA는 오히려 모든 경기에서 동일한 휴식을 제공해야 공정성이 보장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특정 경기에만 휴식을 허용할 경우 기후 조건에 따라 일부 팀이 유불리를 겪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인판티노 회장은 "더운 날 열린 경기만 휴식을 부여한다면 공정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등번호 10번)가 캔자스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FIFA 월드컵 J조 아르헨티나와 알제리의 경기 도중 수분 보충을 위해 휴식을 취하고 있다. / GettyimagesKorea
현장 반응은 엇갈렸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댈러스에서 열린 잉글랜드와 크로아티아전에서는 전반 22분 첫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가 시작되자 관중석에서 야유가 쏟아졌다.
토론토에서 열린 가나-파나마전과 보스턴에서 열린 노르웨이-이라크전에서도 유사한 광경이 펼쳐졌다. 특히 일부 경기의 기온은 섭씨 23도 정도에 불과해 휴식의 필요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감독들은 선수 보호 취지에는 동의하면서도 일률적인 적용 방식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했다. 파나마의 토마스 크리스티안센 감독은 "휴식 시간은 사실상 전술을 수정하는 시간으로 활용된다"며 "날씨가 덥지 않았지만 규정인 만큼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유사한 제도는 유럽 무대에서도 운영된 적이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는 폭염이 발생할 경우 '쿨링 브레이크'를 실시해 선수들에게 휴식 시간을 부여했다. FIFA의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도 이런 제도에서 착안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적용 범위에서 차이가 있다. EPL의 쿨링 브레이크가 고온 환경에서만 운영됐다면 FIFA는 기온과 관계없이 모든 경기에서 동일하게 시행했다. 선수 안전 확보라는 명분과 함께 경기 템포 유지, 체력 관리, 전술 완성도 향상 등의 효과가 확인되면서 FIFA가 향후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