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아이비가 국내 뮤지컬 역사상 전례를 찾기 힘든 브로드웨이 프로덕션 주연 직접 발탁이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미국 브로드웨이 뮤지컬 '시카고'의 주역 '록시 하트'로 캐스팅돼 뉴욕 무대에 서는 아이비는 내주 출국을 앞두고 23일 가진 간담회에서 "생각만 해도 어깨가 무겁고 떨리고요. 자기 전에 뉴욕 무대를 상상하면 숨이 확 막힐 때도 있어요. 하지만 여러분, 영어를 못 해도, 저처럼 나이가 많아도, 스타가 아니어도, 이런 기회가 올 수 있다는 사실이 많은 분들께 꿈과 용기를 드리면 좋겠어요. 여러분, 아이비가 ‘시카고’로 뉴욕에 갑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다음 주 출국을 앞두고 가진 간담회 자리에서 "기적 같은 일이다. 기회 감사히 여기며 재미있게 즐기고 오겠다"고 한 그는 "한 우물만 계속 팠는데, 제 뮤지컬 무대 여정 자체가 힘든 일 많이 겪으면서도 스타가 되고 싶은 꿈을 놓지 않은 ‘록시 하트’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아이비 / 뉴스1
이번 브로드웨이 진출은 철저한 실력 검증을 거친 결과다. 아이비는 8월 17일~9월 6일 뉴욕 앰버서더 극장에서 공연을 펼친다.
가슴 졸인 오디션 과정은 길었다. 브로드웨이 '시카고' 프로덕션의 배리 와이즐러 프로듀서가 한국 프로덕션 제작자인 신시컴퍼니 박명성 예술감독에게 4년 전 처음 한국 배우 출연을 제안했고, 재작년 다시 제안이 왔다.
서너 달 간격으로 보낸 동영상 오디션은 세 차례다. 남편에게 살인죄를 뒤집어씌우는 '퍼니 허니(Runny Honey)'를 보낸 뒤 발음을 고치라는 피드백을 받았고, 스타가 된 걸 자랑하는 '록시'를 보낸 뒤엔 액센트를 지적하는 피드백을 받았다. 한국 프로덕션에서 합을 맞춰온 오민영 음악감독이 반주를 하고 김태훈 협력 연출이 움직임을 봐주는 등 신시컴퍼니와 동료 예술가들도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마지막 관문이었던 오디션 동영상은 신문에 나는 스타가 되고 싶은 꿈과 살인 사건 전말을 푼수처럼 떠벌리는 긴 연극적 독백 '록시 모놀로그'였다.
아이비는 "뉴욕 친구 집에 있을 때였는데, 도와주실 분이 아무도 없잖아요. 물어물어 동네 아주머니 한 분이 밤새 연습해 피아노 반주를 해주시고 집도 빌려주셔서 겨우 동영상을 찍어 보냈어요"라며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브로드웨이 프로덕션 측은 "2019년 처음 아이비를 만난 뒤 그의 재능에 깊은 인상을 받았는데, 영어 공연 대사와 노래를 처음 익히면서 보여준 헌신에 모두가 놀라워했다. 어서 뉴욕 무에서 아이비의 ‘록시’를 보고 싶다"고 합격을 알렸다.
아이비 / 뉴스1
완벽한 무대를 선보이기 위해 아이비는 현재 영어 공부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그가 출연하는 '시카고'는 1997년 토니상 6개 부문 석권 뒤 지금까지 브로드웨이 역사상 가장 오래 공연 중인 전설적 뮤지컬이다.
아이비는 2012년 '시카고' 한국 프로덕션에 '록시 하트'로 처음 출연한 뒤 2024년까지 6시즌, 600회 가까운 공연을 소화했으나 본고장 무대는 전혀 다른 차원이다.
아이비는 "원어민 같진 않겠지요. 하지만 전해야 할 대사와 메시지는 놓치지 않겠어요. 일단은 ‘나쁘지 않네(Not bad)’ 소리 듣는 게 목표예요"라고 각오를 다졌다. 간담회를 마무리하며 "제가 가수 출신이지만 엄청난 스타도 아니고 부족한 것 투성이인데, 응원하고 지원해주신 동료 배우들, 예술가들과 신시컴퍼니 가족 분들 덕에 여기까지 온 것 같다"며 "국민 여러분, 응원 많이 필요합니다. 교민 여러분, 많이 보러 와주세요!"라고 당부했다.